낯선 곳에서의 향수

내년에는 프랑스에서 잠시라도 살아야겠다.

by Lydia Youn

오르세를 관람하면서 느꼈다. 난 정말 프랑스에 살아야겠구나.
사실 프랑스가 처음부터 너무 좋았다. 파리에 오기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도 모르게 프랑스에 대한 동경과 같은 사랑이 있었다. 파리라는 도시도, 음식도, 영화도, 예술작품과 미술관, 박물관도, 건축물도, 어렵지만 아름다운 프랑스어도, 파리를 사랑했던 많은 예술가들도 사랑하고 동경했다.
프랑스에 도착하고 나서는 전혀 여행객 같지 않고 파리지앵처럼 살았던 것 같다. 여행이 아니고 삶이었다. 라임을 타고 다니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리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가고,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현지인만 가는 식당이나 바에 혼자 찾아가고, 나 혼자 이런 곳에 왔다는 것에 놀라 하는 프랑스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거의 매일 저녁 1~2시간씩 프랑스식으로 코스요리를 즐기고, 늦은 시각까지 라임을 타고 낮의 열기가 사라진 파리 도심의 새벽을 홀로 둘러보고, 나에게 길을 묻는 백인에게 내가 가보지도 않은 곳의 길을 알려주고. 이 모든 순간들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오늘 오르세에 왔다.
정말 프랑스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좋은 이곳.
내가 책이나 웹이나 영화에서만 봤던 아름답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해서 경외와 감동에 기쁨의 눈물을 짓게 하는 곳.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볼 때는 그 감정이 극한에 달했다. 평소에도 반 고흐라는 예술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에 대한 책을 읽거나 영화를 찾아보곤 했는데,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고통과 가난, 비난으로 점철된 그의 삶에서 얼마 안 되는 절정의 행복한 순간에 그렸던 행복함이 담긴 그림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그림이었지만 그 그림을 보는 나는 정말 슬펐다. 그가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이후의 삶에 대해 아는 나는 그 그림을 보고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고흐가 그 날처럼 행복만 했다면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그의 아름다운 작품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저 한 인간으로서 그의 행복을 바라고 싶다.

고흐가 직접 그린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나고, 프랑스인들마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기로 기억하고 사랑하는 황금기(La belle époque _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기)인 19세기의 미술을 19세기 당시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싶어 했던 파리의 오르세 역에 만들어진 미술관에서 관람하고, 미술관 밖에는 그 당시 그대로의 센 강이 흐른다. 코코샤넬이 직접 운영했던 샤넬 부티크, 수 천만 명이 운집했던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에펠탑, 당시 집 값이 싸서 가난했던 예술가였던 르누아르, 반 고흐, 피카소 등의 현시대에 손꼽히는 화가들이 몰려들었던 몽마르트르, 17~18세기 프랑스 왕정을 대표하는 궁전 베르사유 및 여러 왕과 귀족의 궁전이 근교에 위치한 파리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일정이 많이 틀어졌다. 삼주가 넘는 일정 동안 세 곳 정도의 나라의 세네 곳 정도의 도시에 방문하고 싶었는데 벌써 파리에 머무른지만 이주가 돼간다. 처음에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았던 것이 참 감사하다. 한국에서 자지 못했던 잠을 여기서 더 잘 자고, 한국을 제외한 내가 방문해본 10개국 이상의 타국의 음식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한식 파인 내가 김치찌개 생각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음식이 잘 맞았고,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글쓰기를 그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까지 쓰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타 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전동 킥보드를 여기서는 하루에 몇 번이고 타고 다니며 모든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다. 아직도 행복할 수 있는 하루~이틀 정도가 남아서 또 행복하다. 왠지 모르게 고향처럼 편하고 정말 많은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내년에는 한 달 이상을 파리에서 살 것이다. 다른 프랑스의 도시들도 둘러보고 싶다. 내 생일은 무조건 프랑스에서 보낼 것이고, 따뜻한 봄과 더운 여름의 프랑스를 방문할 것이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던 파리에서의 하루하루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다가올 행복에 기대하며, 눈물 나도록 기쁜 날, 유난히도 날씨가 좋은 오후, 오르세의 레스토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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