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고 싶은 남자와 나의 첫사랑 이야기
제 앞에서 울어주는 남자가 이상형입니다.
이게 뭔 헛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맞다. 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굉장히 특이하다. 모든 인생의 경험 가운데 아주 많은 사람들과 일을 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헤어졌으며 그중 역시 남자도 있다. 사람들이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는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요, 그래도 외모는 어느 정도 보겠죠.'와 같은. 뻔하지만 사실인 말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숨겨놓은 나의 이상형은 내 앞에서 '울어주는' 남자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울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난 친척이 돌아가셨을 때 아빠가 운 적이나 매체를 통한 연기 말고는 성인 남자의 눈물을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빠는 내 앞에서 정말 그 날 단 하루만 울었다. 울어 본 적이 도대체 언제인지 남자들에게 묻고 싶다. 눈물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어떻게 인간인데 눈물이 없을 수가 있을까. 아마도 남자는 어린 시절에 울면서 태어나다가 어긋난 가르침을 통해 '울지 말라'라고 배웠기 때문에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경험이 생기고 남성호르몬이 줄게 되면서 울기 시작하는 것 같다. 호르몬 탓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난 내 앞에서 기꺼이 울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우는 남자 말고 '울어 주는' 남자.
우는 남자와 울어주는 남자는 매우 다르다. 우는 남자도 나쁘진 않다. 귀여울 것 같다. 귀여운 남자도 좋다. 하지만 더 좋은 건 울음을 참고 있다가도 내 앞에서는 울어줄 수 있는 남자다. 꽤 오랜 기간 연애를 했던 첫사랑에게 그런 적이 있었다. 내가 너무 눈물이 나니 내 눈물을 좀 받아달라고. 어렸던 마음에 그 앞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울 수 있었다. 그만큼 그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도 어렸기 때문에 갑자기 길가 벤치에서 눈물을 받아달라는 나를 보고 당황해서는 그대로 두 손을 모아 내 눈물을 받아줬다. 그만큼 나를 사랑했던 것 같다. 사실 다시는 첫사랑 같은 사랑을 할 수는 없었다. 오랜 기간 만났던 사람과의 이별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너무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와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연애를 하고 이별한 뒤 6년이라는 기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사실 연애라고 할 만큼 제대로 된 연애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첫사랑에 집착하는 것이 남자라고 하던데 남자는 처음을 중요시 생각하고 여자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에 첫사랑의 기준이 다른 게 아닐까. 그는 내가 사귀었던 두 번째 남자였다. 근데도 지금까지 생각해도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그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와 헤어지고 그와 관련된 번호였던 내 번호를 바로 바꿨지만 그는 그 후로도 몇 년간 번호를 바꾸지 않더라. 아마도 별 관심이 없는 거다. 혹은 내 연락을 바라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사실 별 관심이 없는 것에 가깝다. 그와 완전히 헤어진 뒤 그와 딱 한번 만난 적이 있었고 다시는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말 힘든 상황에서 기분이 좋았던 날이 있었는데, 그때 그에게 전화를 했던 적이 있다. 그냥 좋은 기분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잘 살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남자랑 만나냐고 물어보더라. 한 3년 전쯤인 것 같은데 그게 그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가끔 카카오톡에서 그의 번호로 친구를 추가해서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사진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서. 일 년 전쯤 번호가 바뀌었고 나는 이제 그와 관련된 소식을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 찾을 수가 없고, 굳이 찾고 싶지도 않다. 다시 만나서 잘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오랜 기간을 알고도 헤어졌으니.
그 역시 내 앞에서 울지 않는 남자였다. 두 손을 모아 내 눈물을 받아주어서 고마웠다. 난 그와 헤어지고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욕했다. 그가 나에게 나쁘게 대한 적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를 힘들게 했음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알겠더라. 연애는 어렵다. 모든 결혼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참 대단하다. 내 앞에서 울어주는 남자가 언젠가는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자신을 자랑하는 수많은 남자들을 보았다. 자랑은 이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자랑하지 않아도 은은히 보이는 당신의 장점이 좋다. 울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