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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Sep 24. 2019

21세기 자마전투

청출어람, 한니발과 스키피오

제목 : 21세기 자마전투(한니발과 스키피오)
 
BC 202년, 시칠리아 섬 너머 북아프리카 자마(현재 튀니지)에서 세기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카르타고 한니발 장군과 로마 스키피오 장군은 제2차 포에니 전쟁을 결정짓는 자리에 섰습니다. 당시 45세 한니발과 34살 스키피오는 치열한 전투끝에 백전노장 한니발은 패배하고, 한니발의 수제자인 스키피오는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스키피오는 혁신적이고 대담한 한니발의 전투방식을 학습하여 보다 진일보한 방법으로 한니발을 넘어섭니다.
 
이천년이 훨씬 더 지난 역사를 얘기하고 싶은 이유는 이 자리에 계신 후배님이 언젠가 저를 훨씬 뛰어넘어 저를 패배시키는데까지 성장하길 간절히 원하기 때문입니다.감히 제가 로마를 상대로 제2차 포에니 전쟁(일명 한니발 전쟁)을 일으킨 한니발 장군과의 비교를 통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담한 도전입니다. (전략적 관점)
 생각해보면, 저도 본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어느 정도 제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엔지니어로 회사에 입사했고, 승부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4년 12월에 남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해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한니발도 새로운 카르타고 근거지인 에스파냐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알프스 산맥을 넘어서 전무후무하게 본진 로마로 쳐들어갑니다. (그로부터 2천년 쯤 지나서 나폴레옹이 알프스 넘습니다.) 본진을 쳐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도 후방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삶을 뒤로 하고, 대담한 도전을 한 한니발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둘째, 빠른 실행력입니다. (전술적 관점)
 세상을 살다보면,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완벽한 계획이나 보고를 위해 실행을 늦추는 것보다는 좀 덜 완성된 상태에서 실행을 빨리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한니발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피에네 산맥(스페인~프랑스 국경)을 넘을 때에도, 알프스 산맥(프랑스~이탈리아)을 넘을 때에도, 아펜니노 산맥(북이탈리아 ~ 중부 이탈리아)를 넘을 때에도 늘상 빨랐습니다. 우리 회사는 실행에 약합니다. 그 실행마저도 관련부서의 협업 없이는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수입니다. 하지만 해당 일에 오너쉽을 가진다면, 관련부서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빠른 실행력으로 적이 방심하고 있을 때, 헛점을 보일 때 찔러야 됩니다.
 
셋째, 인사의 적재적소 배치입니다. (인사운용의 관점)
한니발은 기병(현재로 치면 전차부대)의 활용가치를 누구보다도 알았던 사람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배운 바에 따라서 늘상 전쟁의 마무리는 기병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실행할 사람들을 늘상 신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현장에 계신 파트장님들은 기병입니다. 전쟁을 끝장낼 사람은 바로 그 분들입니다. 또한 내 옆에 있는 엔지니어, 또한 좋은 참모입니다. 앞으로 팀장이 된다면, 누구보다도 엔지니어, 파트장, 주임, 키잡요원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을 끝까지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을 순서로 배열하라고 하면, 3 - 1 -2 입니다.
 
 이제 결론을 지어야겠습니다. 쓸데없이 꼰대 팀장처럼 할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비록 미약하지만, 제가 보여진 리더쉽, 일하는 방식,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함 등을 배우고, 익혀서 언제간 자마전투에서 저를 쓰러뜨릴 날들이 오길 바랍니다. 천재 바둑기사 조훈현의 제자 이창훈이 스승을 뛰어넘듯이, 후배님들이 선배를 뛰어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지나서 쌓아온 직장커리어가 그저 추억만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랍니다. 그 체험을 토대로 언젠가 저와 진검승부할 날이 왔을 때, 나를 이겨 더 멋진 "스키피오"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2018.4.26일
먼 훗날 있을 후배님과의 멋진 자마전투를 꿈꾸며,
정윤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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