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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Sep 23. 2019

직장선배이자 인생선배님에게 보내는 퇴직헌사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목 :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안녕하십니까? 지난 며칠 동안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씁니다. 자칫 잔재주나 부리는 글솜씨로 사장님이 떠나는 자리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서지만, 용기를 내어 헌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남겨둔 “최”고의 사람들과 앞으로도 계속 근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당신이 세우고, 당신이 뽑은 포웰의 임직원을 볼 때마다 늘 당신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한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한 나라를 경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떠나간 자리 뒤에는 당신의 뜻을 이어받아 포웰을 영속시키고 포웰이 여전히 경쟁력 있고 대체불가한 회사로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장님을 그저 추억 속에 머물고, 회사 이력에 이름 석자만 남겨질 것이 아니라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들의 인사 속에서, 저녁 퇴근 길에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퇴근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서도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남겨둔 회사 조직문화의 “기”초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거대한 인물도 시스템을 남겨두지 못하고 떠나면 커다란 공백이 남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러했고, 새종대왕도 그러했습니다. 사장님께서 포웰에 계시는 동안 회사는 긍정적이고, 각 부서와 직원들이 협력하여 성과를 이루는 조직문화를 창출하였습니다. 노와 사는 서로를 적대시하고 믿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노와 사는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함께 이룰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회사의 조직문화는 역동적이고 살아서 튼튼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사장님이 믿어준 신뢰가 포웰이라는 우물이 되어 모두가 함께 마시고, 두레박에 물을 함께 긷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포웰은 든든하고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상생하는 우물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고심하여 개선하고, 발길이 머문 반”석”같은 설비가 여전히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벼는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고 합니다. 포웰에 있는 수많은 설비는 사장님의 발소리를 들으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새벽에 설비가 고장이 나면, 가장 걱정하고 버선발로 나오신 분이 사장님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매일 당신의 발소리를 들으며 돌아가는 설비를 지키겠습니다. 비록 제철소에서 주목받고 빛이 나는 설비가 아닐지 라도 포웰 없이는 제철소는 단 하루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당신이 개선하고, 걱정하고, 고민한 설비를 더욱더 개선하여 빛나는 성과가 아닌 빛나는 자부심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제 글을 맺겠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에게 “최”고의 사람과 조직문화의 “기”초와 반”석”과 같은 설비를 유산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입니다. “최기석”, 그 이름의 석자는 포웰에 역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포웰의 현재이고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득 문득 당신을 추억하며 기억하겠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기억하고 추억할 때, 우물가에 가서 두레박으로 한 양동이를 퍼서 나눠 마실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이 “과거의 일을 생각해 내다’라는 말이 맞다면 여전히 이 명제는 유효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바로 포웰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5.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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