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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Sep 27. 2019

이른 추석을 맞이하며

나의 윤달은 무엇인가?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이른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기록을 살펴보니 2014년 추석이 9월 8일이었고, 그 전에 이른 추석은 1976년 9월 8일입니다. 음력 1년이 양력 1년보다 10일 이상(정확히는 10.8751일) 짧습니다. 그래서 음력과 양력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10일을 만 3년 모았다가 윤달 1개를 채우고, 만 8년 정도 지날 때 윤달 3개를 맞춰야 계절이 일치하게 됩니다.


참고로 2025년에는 역대급 추석연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0월 3일(금, 개천절), 10월 4일(토), 10월 5일(일), 10월 6일(월, 추석), 10월 7일(화, 공휴일), 10월 8일(수, 대체공휴일), 10월 9일(목, 한글날) 이렇게 연속으로 7일을 쉬고, 10월 10일(금)에 샌드위치 휴가를 낸다면 10월 12일까지 총 10일 연휴를 갈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는 기막힌 황금연휴이지만, 사장님에게는 너무나 긴 휴가기간입니다.


 이처럼 음력과 양력은 태생적으로 10일 이상의 간극이 발생합니다. 추석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서 덕담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두런두런 앉아서 햇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눕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촌동생, 학교 유학하고 몇년 째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조카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꿈꾸는 이상과 처한 현실에도 음력과 음력의 그것처럼 여전히 간극이 발생합니다. 자식은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부모님은 아들, 딸이 고생해서 번 돈을 받을 때마다 액수와 관계없이 늘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과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은 늘상 이렇게 10일 이상의 간극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3년이 지나면 윤달 1개를 맞춰야 합니다. 당신의 삶 속에서 윤달은 무엇입니까? 어떤 이에게는 1년에 1번 떠나는 해외여행일 수 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삼각별 마크의 럭셔리 독일차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3년 마다 한번씩 윤달을 맞이합니다. 이상이 양력이라면 현실은 음력입니다. 항상 양력(이상)이 음력(현실)보다 일수가 많습니다. 저는 매년 발생하는 간극을 가족여행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24시간 가족들과 14박 15일 정도 함께 붙어 있으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일상에 맞춰 봅니다. 2018년에는 캐나다 록키여행, 2019년에는 미국 서부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족여행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저 또한 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이 됩니다.


 저의 윤달은 10여일의 가족여행에서 시작되고, 10여일의 생각주간이 됩니다. 그렇게 모인 기억과 생각들은 한 편의 글이 되어서 뿌려집니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뿌린 별들이 은하수가 되어 밤하늘에 빛나길 기원해봅니다. 저는 40살이 넘어서야 이상과 현실의 간극으로 괴로워하거나 슬퍼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마음 깊이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부족한 나를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치기 보다는 애쓰는 나를 보듬어 봅니다. 추석 저녁날,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나를 위안하고 화해의 손을 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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