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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7. 2020

Runt of the litter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 가장 약한 놈

 4월 인지, 5월 인지 회사 사무실 근처에 있는 수풀에서 고양이가 5~6마리 새끼를 낳았다. 어미 고양이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가에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 고양이를 빼앗낄까바 사람의 인적이 드문 수풀이 울창한 곳으로 새끼를 옮겨놓은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출근길에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가보니, 어린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홀로 울고 있었다. 한눈에 딱 봐도 약해 빠져 버린 새끼를 어미가 어쩔 수 없이 버려두고 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무실 주변 직원들이 어린 새끼를 데려다가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어느 직원분이 한 달 이상 키우다가 경남 어딘가로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에 가장 약한 놈을 “Runt of the litter”이라고 한다.


 주말에 유튜브(포크포크 오리)를 보다가, 수영장에 빠진 오리 새끼들을 봤다. 수영장 턱이 높은지 오리 새끼들이 탈출을 못하자, 어미 오리가 안절부절못하자 영국 사람으로 보이는 집주인이 작대기를 이용해서 새끼들을 구출하자, 구출된 새끼들은 다시 수영장으로 입수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그러자 집주인은 높은 턱을 올라갈 수 있도록 돌계단을 만들어주자 9마리의 새끼오리는 모두 무사히 수영장 턱을 간단히 넘었다. 그런데, 마지막 1마리 새끼오리는 모두가 넘었던 그 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넘어지고 만다. 그때 집주인이 “Runt of the litter”이라고 말하며, 마지막 한 마리가 수영장 턱을 빠져나오길 기다린다. 나도 숨죽이며, 마지막 새끼오리가 무사히 수영장 턱을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랬다. 뒤뚱뒤뚱 날개를 퍼덕이며 겨우 수영장 턱을 넘어가고 만다.


 어느 봄에 만난 홀로 버려진 새끼 고양이, 먼 나라 수영장 턱을 뒤뚱뒤뚱하며 겨우 건너간 새끼 오리.. 모두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 가장 약한 놈이다. 세상은 약육강식이고, 적자생존이다. 멀쩡한 정신과 멀쩡한 육체를 가지고도 버텨내기 어려운 세상살이다. 동물이 되었건, 인간이 되었건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 가장 약한 놈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어린 시절 유난히도 병치레가 많고, 허약했다. 그러다가 부모님과 주변 분 도움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다. 커서는 어느 정도 제 구실을 하고 살고 있다.


 초중고등학생 시절, 좋아하는 외국 배우가 있었다. 지금 세대는 잘 모르지만 장 클로드 반담이라는 남자 배우가 있다. 주로 액션 영화에 출연해서 화려한 발차기를 보여주던 무비스타였다. 그 사람도 어린 시절 너무 약해 빠져서 부모님이 가라데를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에 킥복싱, 태권도도 익혀서 10대에 유럽 가라데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다고 한다. Runt of the litter이었지만, 그걸 이겨내고 센 놈, 살아남는 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운동선수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유독 많다. 물론 어릴 적부터 타고난 괴력과 체력을 타고난 강호동 같은 사람도 있다.


 세상엔 Runt of the litter가 수없이 많다. 의사 집안, 교사 집안 출신에서 느닷없이 딴따라가 나오기도 한다. 재벌 집 자녀들 중에는 유난히 심약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모두 Runt of the litter 일 수 있다. 돈이 많은 사람도 자식 때문에 걱정할 수 있고, 건강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새끼 오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에서 가장 약한 놈이긴 하지만, 어려운 세상을 잘 헤쳐나가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그리고 내 주변에 Runt of the litter를 볼 때마다 막대기를 들어서 도와주기도 하고, 돌계단을 하나 둘 놓아보기도 한다.


 세상의 Runt of litter를 위해 응원해본다.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에 가장 약한 놈이지만, 가장 생의 의지가 강한 놈으로 살아남자. 결국은 살아남은 놈이 강해진다. 그래서 이 세상에 강한 놈이 살아남는 세상이 아닌 살아남은 놈이 강해지는 걸 보여주자. 그리고 강한 놈이 약한 놈을 괴롭히지 않고, 약한 놈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보자. 가장 약한 놈에게 돌을 던져 죽이는 것보다는 가장 약한 놈에게 돌계단을 만들어 주는 세상을 만들어 가보자. 그렇게 뜬금없이 다짐을 하며 아주 짧은 유튜브를 보았다.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 아니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P.S 세상의 모든 Runt of the litter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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