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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8. 2020

새로운 Mix Station 건설을 위하여

4종 Gas로 제철소를 뜨겁게 달구다.

 안녕하세요? 어젯밤 잘 들어가셨습니까? 코로나19로 한동안 만나지 못한 분들을 만나 뵈니 들뜬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옛날 황진이가 “동짓날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 구비구비 펴리라.”라는 노래처럼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떻게 4명의 멤버가 뭉치게 되었는지 시작을 기억해내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함께 일하면서 마음과 뜻이 맞아서 각자 살아온 인생은 다르지만, 꿈꾸었던 세상이 비슷해서 동지애를 느끼고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도우며 지내온 건 아닐지요.


 어제 잠깐 말씀드렸는데, 저희 4명은 마치 Mix Station이 아니었을까요? 김세영 선배님이 메인 가스 압력을 잡아주는 BFG 역할을 하고, 심우성 과장님이 소비 열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를 가진 COG 역할을 하고, 저는 그 옆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지만, 꼭 필요한 LDG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COG가 부족한 날이나, 매우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대기하고 있는 LNG 같은 연상희 부장님께서 계셨기에 4종 Mix Station이 잘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포항제철소 건설이래, 지금까지 운영되어온 Mix Station이 이제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바통을 이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세영 선배님, 연상희 부장님의 세대는 낭만적이고, 화려했습니다. 가장 찬란하던 시절의 고생과 추억을 동시에 경험한 세대입니다. 저와 심우성 과장은 화려한 시절의 끝자락에서 선배님들의 향수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았습니다. 이제 저와 심우성 과장이 약 10년의 세월을 새로운 세대와 함께 견디고,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할 시기입니다. 화려하게 비상할 수 없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회사를 지키며 우리 다음 세대의 부활을 위해 열심히 씨를 뿌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맡아야 합니다.


 저희 4명이 함께 하던 Mix Station은 이제 역할과 사명 끝자락에 있습니다. 저와 심우성 과장이 반드시 새로운 Mix Station을 건설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조직문화, 부끄럽지 않은 리더십을 몸소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김세영 선배님보다 더 든든한 BFG를 찾아내고, 심우성 과장보다 더 열정이 넘치는 COG를 찾아내겠습니다. 또한 우리를 조력하고, 없어서는 안 될 연상희 부장님보다 더 뛰어난 LNG를 만나고 삼고초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약방의 감초, 없어서는 안 될 LDG가 되어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심우성 과장이 MBA 과정을 잘 마치고 돌아오면, 제 역할을 넘겨주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모인 우리 4명이 4종 Gas가 되어 그동안 제철소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또한 각자의 삶 속에서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불이 꺼지지 않듯이, 새로운 4종 Mix Station을 건설해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에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은 내일도 다시금 타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4명의 뜨거운 남자의 심장은 불꽃이 되어 제철소와 대장부 인생을 뜨겁게 달굽니다.


P.S 올해가 가기 전에, 심우성 과장이 포항에 오는 날,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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