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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9. 2020

업무와 임무

우리는 업무를 통해서 임무를 완수한다.

 회사에 출근해서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일주일에 대략 40~52시간 이상 노동(또는 근로)을 하며 살아간다. 꼭 월급쟁이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은 육체적, 정신적 일을 하며 산다. 나도 2004년 1월 입사 이래, 이직없이 첫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꼭 성과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최근에 직원들과 나눈 대화에서 업무(Work)와 임무(Duty)를 설명하면서, 직장인은 업무를 통해서 임무를 완수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직장생활에서는 점심, 저녁식사를 예약하는 일이 매우 많다. 보통 조직의 수장이 장소와 일정을 정하면, 막내 사원이 참석자를 파악하는 게 보통이다. 이때 팀원들에게 참석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업무(Work)이고, 최종적으로 참석자를 확정하여 식당 예약을 완료하는 건 임무(Duty)이다. 업무는 과정이 중요하고, 임무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런데 업무 수행 없이는 임무를 완료할 수 없다. 업무는 열심히 하면 Good Work이 되지만, 임무는 결과의 성공 여부로 Fail 또는 Pass로 나누게 된다.


 만약 막내 사원이 팀원 10명 전체에게 메일로 참석여부를 공지했다고 하자. 5명은 참석, 2명은 불참한다고 회신했다. 나머지 3명은 답이 없거나, 참석여부가 불확실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오늘 저녁 회식은 몇 명 참석한다고 해야 할까? 팀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구두로 물어본 행위는 분명히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3명에게 확답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한 3명에게는 참석여부의 가능성이라도 물어봐야 한다. 1명은 저녁에 일찍 들어간다고 해서, 밥만 먹고 간다고 해서 참석으로 분류하고, 2명은 야근 또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면 불참으로 최종 확정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 저녁에 6명이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업무의 최종 단계는 “임무의 완수”에 있다. 우리는 보통 업무를 열심히 하느냐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보고서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도 하고, 현장에 가서 설비도 고쳐보고 투자도 해본다.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그 임무가 완수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결과를 보려고 승부를 보는 사람이 드물다. 때로는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자조 어린 위로를 하기도 한다. 솔직히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건 자기가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펑펑 놀면서 절대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또한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학생과는 다르게 직장인은 열심히 일하는 것 과정 이상으로 결과도 중요하다. 그래서 업무는 열심히 하되, 집요하게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 비록 임무를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의 과정을 통해서 또 배울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업무를 통해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결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번쯤은 업무와 임무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보고, 업무와 임무를 통해서 성실한 과정을 이룰 수 있고, 임무를 실패했을 땐 복기하여 교훈으로 삼고, 임무를 완수했을 땐 자만하지 말되 만족하지 말고 또 다른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오늘도 난 글쓰기라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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