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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31. 2020

일 잘하는 법 2편

내 맘과 니 마음은 다르다.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낯 뜨겁다. 하지만 꼭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선수시설 평범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히딩크)가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공한다는 예외를 철석같이 믿고 다시 부끄러움을 뒤로 한채 글을 이어가 본다.


제목 : 내 맘과 니 마음은 다르다.


 저는 결혼 14년 차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직도 아내의 언어를 100% 이해하지 못합니다. 4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고 계시는 제 부모님을 보니깐 아마 죽을 때까지 아내의 언어를 이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물며, 팀장이 하는 이야기를 팀원이 다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입니다. 말은 휘발성이 굉장히 강하고 말의 뉘앙스 차이로 같은 의미를 두고도 다른 해석을 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팀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꼭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팀장이 원가분석 검토 지시를 했습니다. 10분 동안 팀장이 하는 이야기를 대충 알아들었는데, 막상 정리를 하자니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는 꼭 다시 팀장에게 물어보고, 내가 이해한 내용을 꼭 팀장에게 주지시켜 주세요. 아래는 팀장이 얘기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서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팀원 왈]

팀장님,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1. 원가분석 항목 중에서 A제품의 제조원가가 계획 대비 실적이 떨어진 이유를 상세히 작성할 것. 2. 아직 재무실과 협의 중인 원가 외 비용은 현재까지 진행사항을 정리할 것 3.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하반기 계획을 2페이지에 별도로 작성하고, B팀에도 해당 내용이 정확한지 재확인할 것 4. 현재 설비 개선을 위해서 투자 중인 사업에 대한 진행사항과 문제점을 간단하게 정리할 것


이렇게 4가지 지시사항인 걸로 이해했습니다. 제가 놓치거나, 더 추가해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요?


[팀장 왈]

OO 대리님, 내가 얘기한 내용을 잘 정리했네요. 지난번 발표할 때 보니깐 OO 대리님은 말끝을 흐리게 말하는 습관이 있더군요. 자신감이 없게 보일 수 있으니, 틀려도 좋으니깐 목소리를 크게 말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또 A제품과 B제품의 원가는 별도로 분석되어 있지만, 상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내용은 제가 만들어놓은 문서가 있으니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공부해보시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팀원 왈]

네! 팀장님, 말씀하신 조언 중에 자신감 있게 발표하고, A, B 제품이 독립적으로 원가구성이 되는 게 아니라 상호 연관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경우는 꼭 스터디해서 좀 더 세밀한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원보고가 다음 주 월요일이니, 이번 주 수요일 오전까지 초안을 작성해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꼭 팀장이 말한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자신이 이해한 바를 팀장에게 재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일하는 방식을 1~2년만 지속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정리의 왕, 일 잘하는 김대리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팀장이 정해놓지도 않은 기한까지도 내가 정해서 팀장에게 수요일 오전까지라고 데드라인을 정해서 말해준다면, 따따봉!!!


하지만 팀장이 간단하게 지시하는 것까지 정리해서 말한다면, 좀 이상하니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해보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팀장님이 “OO대리님, 오늘 저녁에 우리 팀 회식하려고 하니 OO식당에 4명 예약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고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 OO식당에 4명 예약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도 좋겠지만, 매번 그렇게 하면 너무 오버스러울 겁니다. 팀장이 지시하는 내용이 2~3개 이상이고 내가 이해한 바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내 맘과 니 마음은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꼭 정리해서 팀장에게 확인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P.S 나도 오늘부터 아내에게 이 방법을 써봐야겠습니다. 맨날 귀등으로 듣는다고 야단맞는데, 오늘부터 말귀를 알아듣는 남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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