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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31. 2020

꺼져가는 빛에 맞서서 분노하고 분노하라.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회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기업과 협력해서 기술 개발한 프로젝트가 코로나19 사태로 위태위태 했었는데, 마지막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상대 회사에 일하시는 분들에게 쓴 메일을 공유합니다.


제목 :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안녕하십니까? 정윤식입니다.

사실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A사와의 협업은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확신과 기대로 가득했던 일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끝장날 수 있다는 절박함도 많았습니다. A사 권 이사님, 김 부장님께 대한 미안한 마음보다도 신기술이 여기까지 시도만 해보고,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는 건 아닌지 안타까움이 더없이 컸습니다.


다행히 지난주 금요일에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A사 부사장님께서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받고, 저 기술을 꼭 우리 회사에 적용해봐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양사가 기술협력에 대한 행정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술 적용을 위해서 저희 회사 실험실에서 저희 팀 송대리님과 A사 김 부장님, Tom, Jacob에 이르기까지 정말 엔지니어의 열정으로 테스트도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야, 중간에서 지켜만 보다가 다 된 밥을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고,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회사 내부에서 나름 영업도 하였습니다. 또한 회사 제도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에 아래와 같은 대사(영국시인 딜런 토마스)가 나옵니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그 좋은 밤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Old age should burn and rage at close of day ;  노년에는 날이 끝날 때 불타고, 분노해야 합니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만 가는 빛에 맞서서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마치 이 프로젝트가 그랬습니다. 남들이 볼 때 Fancy 해 보이는 신기술은 다들 알아봐 주고, 쉽게 적용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실험실에서 검증받은 기술조차도 회사에서는 쉽게 적용하기 힘들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힘들게 테스트한 신기술은 일사천리로 잘 진행될 것 같은 예감만 가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더없이 힘들고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쉽게 포기하고, 내 할 일은 다했다고 편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 좋은 밤(That good night)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불타고 분노하였습니다.


꺼져만 가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맞서서 분노하고 분노하기로 했습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 일을 완수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련의 상황에 대한 분노를 하였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쉽게 사는 걸 좋아합니다. 일이 순순히 풀리고, 경영층이나 관련부서에서 팍팍 밀어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길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보직, 제가 잘할 수 있는 일,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 보이는 일들이 제게는 “That Good Night(그 좋은 밤)”입니다. 그 길을 제가 좋아서 쫄래쫄래 순순히(Go Gentle Into)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꺼져가는 빛에 맞서서 분노하고 분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야 또 새로운 첫발을 내딛습니다. 새로운 길이 쉬울지 더 어려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가졌던 마음으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거친 길, 어려운 길, 꺼져가는 빛에 맞서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고생하고, 어려운 길을 믿고 기다려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좋은 길을 걸을 때 기뻐하고 감사하기보다는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할 수 있을 때에 성장하고 일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꺼져가는 빛에 함께 맞서 싸운 동지들에게는 기뻐하고, 감사한 마음을 더없이 그리고 한없이 전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7.20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한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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