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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03. 2020

일 잘하는 법 3편

전공에 함몰되지 말고, 호기심이 먼저다.

 일 잘하는 법을 써놓고 보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제가 성장한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이면서도 특수한 케이스라는 걸 미리 말해둡니다. 그래도 1편의 핵심은 “속도”, 2편의 핵심은 “소통”이라는 걸 염두해보셨으면 합니다. 3편의 핵심은 바로..


제목 : 전공에 함몰되지 말고, 호기심이 먼저다.

 

 믿기진 않겠지만, 저는 문과 출신이 아닙니다. 소위 이공계 취업 3대 전공으로 손꼽히는 전화기(전자, 화공, 기계)를 전공했습니다. 학부시절에는 전자와 기계를 복수 전공했고, 대학원은 기계공학의 한 분야인 열유체를 전공했습니다. 2학년 마치고 군대 다녀와서 2000년부터 2004년 졸업하기까지 대학 2년, 대학원 2년 이렇게 4년 동안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졸업 직후, 입사를 해보니 내가 배운 전공지식 중에서 아주 극히 일부분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문제를 내가 배운 전공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정말로 막막했습니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는 교수님이 열전달에서 “전도”라는 현상을 수식을 유도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다음에 전도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모식화 된 문제를 냅니다. 50A 배관에 흐르는 유체의 온도는 100도 이고, 대기의 온도는 25도이고, 외기의 대류열 전달계수는 5W/m2.k라고 정의해서 줍니다. 그래 놓고, 배관에는 펄라이트라는 단열재가 50mm 두께로 시공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래 놓고, 단열재 외관의 온도를 구하는 “문제”를 풀게 됩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전공 책 뒤에 있는 응용문제를 숙제로 줍니다. 그렇게 몇 문제 풀고 나면 전도라는 현상을 공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이렇게 교과서대로 상세히 문제를 기술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문제만 떡하니 던집니다. 나는 배관 근처의 대기온도를 직접 측정해야 하고, 외기의 대류열 전달계 수도 직접 계산해서 풀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풀어야 열전달 현상이 “전도”인지 “대류”, “복사”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저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공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 전공이 아닌 다른 학문도 도서관에서 전공책을 빌려서 공부했습니다. 직장인은 학생처럼 정답을 푸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에 함몰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기계를 전공했으니, 기계설비 투자에 대한 업무를 배우겠다는 자세는 물론 훌륭합니다. 하지만 전기와 제어장치 없이 움직이는 기계는 하나도 없습니다. 기초적인 전기와 제어를 알지 못한다면, 기계를 투자할 순 있어도, 기계를 돌리지는 못합니다. 대학 4년 동안 달랑 전공 하나 또는 두 개 배워놓고, 그것도 책에서 나오는 것만 외우고 배워놓고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저는 제 생각이 착각이라는 건 2~3달 안에 깨우쳤는데, 그 착각을 버리는 데는 5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렵게 열심히 배운 전공을 기반으로 하되, 겸허한 마음으로 호기심을 살펴봐야 합니다. 현상 뒤에 원인이 내 “전공”에만 있지 않습니다. 현상 뒤에는 원인이 있는데, 전공에 함몰되어 있으면, 내 “전공”외에 다른 원인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버리게 됩니다. 바로 앞에 문제를 보고도 내 전공에 갇혀서 장님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맙니다. 하지만, 전공을 넘어서 호기심으로 살펴보면, 회사에 계신 현장 전문가 몇 분하고만 얘기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부디 내가 배운 경험, 전공을 기반으로 하되, 가슴 한 가득 “?”를 품은 채 호기심으로 배우고 배우길 바랍니다.


P.S 3편의 핵심은 호기심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서도 호기심으로 가득 차고, 세상을 하나라도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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