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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n 01. 2021

독후감 : 나도 나를 믿지 못했다. (김성호 저)

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읽다. (발전 vs 성숙)

 얼마 전에 대학 후배가 보내준 책을 읽었습니다. 나이만 내가 많을 뿐이고, 여러 모로 배울 점이 많은 후배입니다. 석가탄신일 전날에 책이 배송이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읽기에는 매우 쉬운 책이었지만, 회사에서 리더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제가 커다란 울림이 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후배에게 선물로 받은 책을 받고, 독서 후기를 쓰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글을 남깁니다.


 이 책은 턴어라운드 경영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김성호라는 분이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일이나 생각을 옮긴 글입니다.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단어는 사람이었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글귀가 이 책이 김성호 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김성호가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 김성호가 생각하는 리더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귀는 다음과 같다. “장르도 형식도 의미 없게 만드는 작가 김성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사람을 향한 집념을 본다.”


 묘하기  책을 읽기 전에 알랭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읽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대한민국 직장인은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회사에 고용관계를 맺고, (노동)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극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이룰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협업, 경쟁, 지원   통해서 (생산, 판매, 구매, 재무, 인사, R&D 등)을 해나간다. 일이라는 걸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본,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결국 권력이라는 힘은 돈(예산)과 사람(인적자원)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있다.


 나도 18년 차 직장인이자 5년 차 팀장으로 일하면서, 돈과 사람 중에 하나만 뽑으라고 하면 단연코 “사람”을 뽑을 테다. 아마 7:3 또는 8:2 정도로 사람이 더 중요하다. 물론 한 개인의 능력, 태도를 “전투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우선적으로 직장인은 “전투력”이 중요하다. 우선 총을 쏠 줄 알고, 완전군장하고 밤새 걸을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팀워크를 이루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전투력이라는 게 꼭 스펙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 전투력이라는 게 소주 2병 이상 마실 수 있는 주량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지금껏 대한민국 직장인에게는 “전투력 향상”을 지상과제로 삼아왔다. 자격증, 영어시험, 각종 자기계발 서적이나 동영상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을 키워야 하고, 함께 협업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드물었다. 김성호 저자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를 보여준다. 세상사에서 관계란 상대적이다. 난 팀장이자 팀원들에게는 리더지만, 나의 부장에게는 나는 팔로워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일에는 “리더”가 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주도성”이라 명명하였다. 같은 일을 두 사람에게 주어도, 한 사람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시킨 일만 한다. 맨 처음에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일의 시작점은 다르지만, 나중에는 주도성에 따라서 일의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일차함수로 표현하자면, 각 개인의 능력은 y절편이고, 각 개인의 태도는 기울기인 셈이다. 예를 들어 A의 능력이 5, 태도가 3이라고 가정하고, B의 능력이 100이고, 태도가 1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A의 업무성과는 ya = 3x + 5가 되고, B의 업무성과는 yb = x + 100이 된다. 처음에는 B가 매우 앞선 듯이 보인다. 무려 A보다 95나 빠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점점 줄어들더니, 3x + 5 = x + 100는 되는 지점인 x = 47.5되는 점부터 성과는 같아지고, 그 후로는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만다. 그래서 직장생활이나 인생사에서 15년, 20년쯤 지나면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김성호 저자는 리더의 자격, 역할 중에 강조하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를 끌어내는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때로는 자신의 과오도 솔직히 인정하고, 나보다 높은 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상사를 해고하기도 한다.) 언젠가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그 기회가 빠른 시일 내에 도래할 수 있도록 노력해본다.


 이제 글을 맺는다.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면서 생각해낸 키워드가 있다. 발전과 성숙이란 말이다. 우리는 술자리에서 “~~~를 위하여, ~~~ 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말을 많이 한다. 회사도 발전하고, 나도 발전해서 내 직장생활은 탄탄해지고, 내 월급은 많아지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난 그 외에 내가 “성숙”해지길 바란다. 나와 회사가 “발전”하는 만큼 나와 회사가 “성숙”하지 못하다면, 그 발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거나 더 큰 성장통을 겪을 수도 있다.


 난 내가 좀 더 “성숙”되길 바란다. 난 내가 좀 더 “주도”하길 바래본다. 그래서 내가 일의 슬픔과 괴로움을 토로하거나, 스트레스도 머리를 쥐어 박고 있을 때라도 “성숙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때 자그마한 일의 기쁨을 누려보기를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물해준 김의철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나보다 훨씬 형 같고, 나보다 훨씬 선배 같은 멋진 후배이지만 멋진 동지이다.


P.S 독서평을 써야 하는데, 이런저런 내 생각만 늘어놓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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