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Apr 29. 2021

김태호와 나영석, 리더십

다만 제가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윤식입니다.

영어로 Hospital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리더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Duty)을 했을 뿐인데,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환대(Hospitality)를 받았습니다. 10년 전쯤 제 직장상사였던 분이 저희 팀원들에게 자주 해주시던 말이 있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 관계의 Base는 Give & Take다. 우리 회사는 고객에 돈을 받고, 철강제품을 팝니다. 팀장은 팀원에게 과업을 주고, 팀원은 팀장에게 과업의 성취를 줍니다. 공평하게 서로 50:50으로 주는 게 가장 Fare 하게 보이지만, 내가 60을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40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100 : 0이라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제가 A, B팀장께 준 게 35쯤 되는데, A팀장님께 받은 환대는 40쯤 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저에 대한 A, B팀장님의 신뢰가 더 커진 거 30까지 합하면 제가 받은 게 70쯤 됩니다.


 그러니깐 이번 장사는 제가 덜 주고, 더 많이 받았으니, 다음에는 제가 두 분에게 진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제 일하는 스타일을 새롭게 리부팅을 했습니다. 2년 좀 넘게 지금 팀에서 리더로서 일했는데, 제가 주로 개선 아이디어도 내고, 대체적으로 리딩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제 리더십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고, 어떻게 하면 이 작은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떠오른 2명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입니다.


75년생 고대 출신 MBC 무한도전.. 김태호 vs 76년생 연대 출신 KBS 1박 2일 나영석

두 사람에 대한 프로필을 생각나는 대로 써보니, 마이클 조던 vs 찰스 바클리, 무하마드 알리 vs 조지 포먼, 선동열 vs 최동원과 같은 라이벌 구두가 연상되었습니다. 이제 본론을 얘기해야겠습니다.


김태호 PD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6명의 인물들이 어떤 미션을 가지고 무모한 도전을 합니다. 직장생활과 같은 역할극도 하고, 가요제도 하고, 이런저런 미션을 수행합니다. 대체적으로 김태호 PD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나 화두를 던져두고 6명이 그 과정을 수행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 반면에 나영석 PD는 강호동을 중심으로 6명의 인물들이 특별한 미션 없이 1박 2일 동안 노는 걸 보여줍니다. 어린애 장난같이 야외취침을 두고 게임을 하고, 까나리액젓을 먹느니 마느니까지 한참을 싸웁니다.


김태호 PD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하되 6명이 과업 또는 미션에 초점을 맞춘 반면,

나영석 PD는 강호동을 중심으로 하되 6명의 관계 또는 케미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김태호(강한 캐릭터)는 유재석(유한 캐릭터)과 정반합을 이루고, 나영석(유한 캐릭터)은 강호동(강한 캐릭터)과 정반합을 이룹니다.


이런 구도 때문에 김태호 PD는 본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만든 과업 또는 미션에 따라 재미가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진부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즐기는 대상도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아니라 김태호 PD의 번뜩이는 재치나 창의성에 빠진 고정 마니아층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나영석 PD는 본인의 엄청난 섭외력을 바탕으로 여기저기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그리고 대부분 비슷한 포맷으로 만듭니다. 어촌에 가서 삼시세끼를 먹거나, 알쓸신잡처럼 어느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 썰을 풉니다. 그래서 써먹는 포맷의 레퍼토리가 식상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즐기는 대상도 마니아층보다는 노년-중년-청년-청소년까지 다수의 대중에 인기가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리더십 장단점을 모두를 가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리더십은 어중간한 타입보다는 확실한 컬러를 가지는 게 더 명확하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저 스스로 자문해봤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나는 과연 어떤 타입이었을까? 사실 제가 4년 동안 리더 역할을 하면서 김태호 PD 스타일로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그랬더니, 저 스스로 많이 지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약간 나영석 PD 쪽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잠깐의 휴식기(?)를 거친 다음에는 김태호 PD 스타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대단한 창의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은 타입도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김태호 PD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도 많이 지쳐서 가끔씩 나영석 PD 스타일로 사는 것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다 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하나씩 내려놓으니, 다른 분들이 저보다 더 열심히 아이디어도 내고 일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분께서도 앞으로 정말 멋진 리더가 되실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두 분에 지지 않고, 제 역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명이 백상예술대상에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의 PD 후보에 나란히 올라서 서로를 격려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 선생님이 아카데미 시상식 소감을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경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저도 사실 경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두 분보다 운이 좋아서 좀 더 이 회사에 일찍 입사했을 뿐입니다. 함께 즐기며, 함께 경쟁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윤식 드림

작가의 이전글 Park1538 개장을 축하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