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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n 09. 2021

스윙바이, 중력을 이용하여 나아가다.

쌍곡선을 그리며, 중력장으로 빠져들고 중력장을 이용해 나아간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서로 다른 시기에 태어나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라왔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대화를 하였습니다. 3~4년 전에는 혼자만의 사색이나 골똘한 생각 끝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회식하고 나서 회식 후기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탓인 것 같습니다.


 한 2~3주 전에 유튜브에서 보이저호의 항해에 대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단연코 “스윙바이(Swingby)”입니다. 또 다른 말로는 플라이바이(Flyby)라고도 합니다. 스윙바이는 우주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연료를 덜 소비하면서 속도를 내는 방법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하시면 대충 어떤 원리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우주선 “탐사호”가 지구를 떠나서 토성까지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탐사호는 지구 대기권을 돌파하기 위해서 엄청난 수소연료를 태웁니다. 토성까지 날아가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한데, 이 걸 다 싣고 갈려면 연료통도 커지고, 무게도 많이 나가서 여러 모로 불리합니다.


이때 탐사호는 달에 접근합니다. 달의 중력 때문에 탐사호는 점점 빨라집니다. 그리고 달에 가장 근접한 지점에서 속도가 최대가 됩니다. 달은 지구를 빙빙 돌고 있는 공전을 하기 때문에, 공전하는 방향으로 튀어 나가면 가속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탐사호는 달에서 스윙바이, 화성에서 스윙바이, 목성에서 스윙바이를 하게 되면, 연료를 쓰는 대신에 각각의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속도를 내게 됩니다. 가장 큰 행성인 목성에서 가장 큰 속도를 얻게 됩니다. 이때 과학자들은 각 행성의 공전 주기를 계산해서 행성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황금 같은 기회(골든 타임)를 계산합니다.


 왜 갑자기 스윙바이를 하게 되었을까요? 스윙바이는 저에게 많은 영감과 화두를 던졌습니다. 저도 한 직장에 2004년에 입사에서 지금까지 18년 동안 잘 지내왔었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도착하고 싶은 목표지점이 다르듯이, 저도 제 나름의 목표지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임원 승진이 목표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10억원이 될 수 도 있습니다. 그 목표지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저마다 각자의 연료를 태웁니다. 그리고 더 많은 연료를 싣기 위해서 연료통을 키우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깨닫게 됩니다. 내가 “나를 태워” 얻는 연료를 100% 이용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중력”을 이용해서 스윙바이를 하면 좀 더 빨리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보이저 탐사선은 목성에서의 스윙바이로 무려 74,000km/hr의 엄청난 속도로 가속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선은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자 엄청난 연료를 태우고 대기권을 탈출해서, 다른 행성이나 위성(달, 화성, 목성, 토성 등)들의 중력을 이용해서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갑니다. 어제 만난 세 분도 저에게는 스윙바이의 존재들이었습니다. 우선 아주 단순한 진단업무부터 만난 김언규 차장님을 통해서 회사에서 필요한 설비진단의 중요성과 어떻게 관리하면 될 것인가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비록 직원수가 적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일하시는 자세나 사람을 대하시는 진심은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 역대급이었습니다. 그리고 차장님의 영업력으로 두 분의 행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기석 부장은 사실 대학 동문이기 하나, 학교 다닐 때 일면식만 있는 정도였고 솔직히 엄청 친하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나이는 같지만, 학번이 다른 관계로 약간 어색한 관계였을 겁니다. 그러다가, 업무적으로 알게 되고 사람의 진정성을 서로 알게 된 이후에는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업무적인 관계에서는 서로 프로페셔널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튼 조기석 부장이라는 행성을 만난 이후에는 우리 회사에서 유틸리티 공급망 체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치 토성과 목성이 일직선 상에 선 골든타임이었습니다. 저는 제 회사에서 유틸리티 공급망의 적합성을 검토할만한 팀장의 위치에 있었고, 조기석 부장은 영업의 일선에서 본인의 회사의 리소스를 동원할 수 있는 영업팀에 속해 있었습니다. 조기석 행성과의 스윙바이는 저에게는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매우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큰 행성인 이상윤 부장님을 만날 차례입니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형님입니다. 다른 행성을 압살 시킬 정도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실제 검토를 하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깊은 내공과 전문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상윤 부장님과의 스윙바이는 저에게 “겸손”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왜 나는 저 생각을 못했을까?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많았습니다. 김언규 행성의 스윙바이, 조기석 행성의 스윙바이를 거쳐서 이상윤 행성의 스윙바이에 왔습니다. 저는 최대한 쌍곡선을 그리며, 이상윤 행성에 가까이 접근했습니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목성 대기권에 들어가서 추락할 수 도 있는 위험도 있지만 최대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력장을 빠져나와 이상윤 행성의 중력장을 이용해서 나아가려고 합니다.


 사실 여기까지가 지금 현재까지의 스토리입니다. 아직까지 두 회사의 스윙바이로 어떤 거래가 이루진 건 아닙니다. 이제 곧 이상윤 행성 중력장을 이용하면 가장 큰 가속도를 얻어서 나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목표로 나아가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세 명의 행성을 만나서 이루었던 스윙바이의 짜릿하고도 기가 막힌 과정의 경험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글을 맺겠습니다. 세 번의 스윙바이 끝에 어떤 길이 있을지 저도 아직 알지 못합니다. 제가 가야 할 다음 목표지점은 다음 행성과의 스윙바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태양계를 떠나서 인터스텔라로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연료가 남아있고, 저에게 스윙바이할 수 있는 행성이 남아 있는 한, 저와 여러분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P.S 여기서 중요한 수학적 개념이 쌍곡선을 그리며 진입한다입니다. 그걸 이해하는데 좀 걸렸지만, 여기서 그 내용을 쓰기엔 너무 수학적이라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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