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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n 09. 2021

구매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Purchase vs Procurement

 최근 회사 업무로 연관이 있는 구매부서 분들이랑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서로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마음은 비슷할 꺼란 생각이 들어서 평소에 “구매”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바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Purchase vs Procurement

저도 구매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지금껏 들어왔고 느꼈던 풍월들을 종합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현대인이 살 수 있는(Buy) 가장 비싼 공산품, 내구재 중 하나가 자동차입니다. 오늘 내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Purchase 한다는 의미는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성능을 예산에 맞춰서 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Procurement 한다고 하면 얘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첫째, 내가 가진 예산을 고려해서 현금으로 완납할지? 선납금은 몇 %로 할지? 할부는 몇 개월로 할지? 렌트, 리스까지 고려해야 할지? 등 우선 나의 지불능력을 고려합니다. 여기에는 내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 모아놓은 돈과 앞으로 벌어들이게 될 현금흐름도 고려하게 됩니다. 만약에 내년에 승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 한 등급 높은 차를 선택할 수 도 있습니다.


 둘째,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 투하자본으로 얻게 되는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동차를 살 경우,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출퇴근 길에 수영장이나 골프 연습장에 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말이면 가족들과 캠핑을 다닐 수 있습니다. 즉, 자동차를 구매한 투입비용(예, 30백만원) 대비 효용(출퇴근 시간 단축, 운동으로 인한 체력단련, 가족캠핑으로 얻어지는 행복 등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여 3백만원/년 효용이라 가정할 수 있음)을 구할 수 있습니다. 30백만원으로 주고 산 멋진 새 차로 얻는 화폐적 효용가치가 연간 3백만원이니, 대략 10년이면 본전 치기 하는 셈입니다.


 셋째, 자동차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놓고, 주차장에만 두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주차장에만 둔다고 해도, 매년 자동차 세금, 보험료도 지불해야 합니다. 또한 유류비용, 세차비용, 타이어, 엔진오일 등 각종 소모품 비용도 발생합니다. 이를 연간 비용으로 따져서 5백만원/년이라고 합시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행위를 Procurement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내가 H사 대리점에서 투싼 SUV를 사는 행위 자체는 Purchase이지만, 투싼 SUV를 구매하기 위해 나의 지불능력, 투자 대비 효용가치, 연간 운영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구매하는 건 Procurement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내가 투싼 SUV를 살지,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살지, 셀토스를 살지, 아니면 토요타 라브 SUV, BMW 3시리즈 등 특정 브랜드나 모델을 선택하는 행위도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구매행위(Purchase이던 Procurement이던 동일함)는 나의 사용 목적적합성에 부합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차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수입자동차를, 연비가 중요하다면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이쁜 디자인을 원한다면 셀토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행동이 Procurement의 전략적 모습입니다. 저도 회사에서 운영부서 리더를 2년, 스탭부서 리더를 2.5년 하면서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Purchase, Procurement)하였습니다. 그런데 모든 구매행위에 이런 전략적 사고를 수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급하게 10만 원짜리 소모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투하자본 대비 효용가치와 운영비까지 고려해서 구매한 적도 있습니다. 구매는 단순히 조업이나 정비에서 사달라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대행부서가 아니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용가치(또는 품질)와는 별개로 최저가 낙찰만을 고수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2. Expense vs Cost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서 출근하면서 비용이라는 영어단어 Expense와 Cost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두 단어의 관계는 Purchase와 Procurement와 매우 유사합니다. Expense는 출장비, 회의비와 같은 지출 성격이 강한 협의적 의미에서의 비용입니다. 하지만 Cost는 내가 쓴 출장비가 철강제품의 원가에 속하게 되면 Cost가 됩니다. 그래서 제 출장비는 Cost Center가 에너지부로 귀속되고, 철강제품의 제조원가에 반영되어 Cost로 계산됩니다.


 즉, 어제 4명이서 시내 식당에서 먹었던 간담회 비용도 제 상사인 부장님의 결재승인을 받아서 제품 제조원가에 반영이 됩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양고기 식사비용은 법인카드 지출(Expense)은 다음 주에 출하하는 철강제품의 제조원가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제 글을 마치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Purchase와 Expense에 그치지 않고 Procurement와 Cost가 될 수 있도록 일하는 자세와 태도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회사 밥을 먹고살지만,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나를 변화시키고, 회사도 변화시키고, 종국에는 조직문화를 변화시켜서 후배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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