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
1.6일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하고, 밤늦게 공항에서 회사 기숙사로 이동했다. 덥고 습한 밤공기가 아직 적응도 되지 않았고, 승합차를 타고 오는 도중에도 야자수가 있는 거리의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다. 시차가 늦은 탓에 그나마 기숙사에서 보낸 첫날밤에 어색했고, 새벽 4시에 들려오는 모스크 아잔소리에 마음마저 심란해졌다.
그리고 첫 주에 시작된 직원들과 상견례에서도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기 힘들었고, 계속되는 저녁 회식자리에 나를 소개하는 게 쑥스러웠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탓에 차를 타고 내릴 때에도 계속 어색했고, 도로를 다닐 때 앞뒤좌우 사방에서 밀려오는 오토바이로 정신 사나웠다.
여긴 한국과는 다른 사람들이 사는 외국이었고, 외국에 온 나는 오감을 모두 열어두고 긴장하고, 생소한 환경에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정보들로 채워져서 일을 마치면 몸은 피곤했지만 여전히 새벽 4시에는 아잔소리에 깨곤 했다. 그래서인지 피로는 회복되지 않고, 더운 날씨 탓에 몸이 상쾌하게 기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나브로 하루하루 낯선 환경에서 살아갔다. 그런데 이제 한 달이 지나니, 이제는 더 이상 아잔소리에 새벽 4시에 깨지도 않고, 주말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산책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여기 날씨와 음식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달랐지만, 사람 사는 건 비슷했다. 주말 아침에 동네에 화물차를 몰고 와서 생선을 파는 상인들도 있었고, 산책을 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는 인도네시아 직원들과 미고렝, 나시고렝, 바나나 튀김을 먹으면서 농담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심장을 가지고, 입으로 밥을 먹고, 코로 숨을 쉬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약간만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편견으로 판단하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하고 무작정 숭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웃고, 울고, 화내고, 사랑하는 같은 사람이었다. 한 달간 인도네시아에서 적응하며 살면서 느낀 건 “어딜 가나 사람들은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이다. 나도 인도네시아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간 생존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