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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13. 2024

알쓸신인 시즌1-03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  1-03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특파원 정윤식입니다.

벌써 인도네시아에 온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이제 슬슬 현지생활도 적응하고, 일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인도네시아와 관련되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시계방향(Clockwise)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온 지 알고 있습니까? 사람들이 하루의 시간을 처음에 어떻게 측정을 했을까요?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이 해와 연관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낮에 바닥에 잣대기를 꽂아 놓고, 그림자가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간격으로 시간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원리로 만들어진 기구가 바로 해시계입니다. 통상적으로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이 작대기 주변으로 그림자가 상단 위에 점(12시)을 기준으로 오른쪽, 아래쪽, 왼쪽, 다시 위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를 "시계방향(Clockwise)"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지구의 자전과 관계가 있습니다. 지구는 지축점(북극 ~ 남극)을 기준으로 시계반대방향(Couter-Clockwise)으로 자전을 합니다. 그러면 북반구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해는 시계방향으로 돌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남반구에 작대기를 꽂아놓으면 그림자가 어떻게 돌아갈까요? 여전히 시계방향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그 반대로 돌아갈까요? 정답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남반구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질까요? 그건 아닙니다. 북반구나 남반구나 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주로 여러분들이 사는 북반구에서는 해가 동쪽(오른쪽)에서 떠서 남쪽(아래쪽)을 지나서 서쪽(왼쪽)으로 집니다. 그러니깐 그림자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살고 있는 남반구는 어떨까요? 해가 동쪽(오른쪽)에서 떠서 북쪽(위쪽)을 지나서 서쪽(왼쪽)으로 집니다. 그러면 그림자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북반구에서는 남쪽방향으로 집을 지으면, 낮에 따스한 햇볕이 들어와서 남쪽방향으로 집을 짓습니다. 그에 반해 북반구에서는 북쪽방향으로 집을 지어야 낮에 햇볕이 들어올 수 있겠죠?

밤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달과 별도 모두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도 해가 지면 목성을 볼 수 있는데, 목성이 움직이는 방향은 북반구에 다르게 시계반대방향으로 살펴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달을 유심히 쳐다봤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보통 달에서 가장 밝은 부분인 충돌부(마치 머리에 땜빵난 거처럼 생김)가 아래쪽에 있는데, 여기에서는 정확히 180도 회전되어 위쪽에 보입니다. 그러니깐 북쪽에서 보는 달이랑 남쪽에서 보는 달은 서로

180도 반전되어 있습니다. 북반구에 살던 사람이 남반구에 살면 지정학적으로 많은 혼란을 느낍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북반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소개나 게임(포커, 고스톱, 윷놀이)을 하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남반구에 있는 사람들은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오른손잡이가 많은데, 오른손잡이가 힘을 주어서 밸브나 병뚜껑을

돌리면 자연스럽게 시계방향으로 돌리게 되어 있습니다. 자! 한번 실험을 해볼까요? 만약 여러분들에게 원을 그리라고 하면 어떻게 그리나요? 본인이나 아들, 딸 시험지를 채점을 할 때 동그라미를 어떻게 그리나요? 아마도 아래에서 시작(6시)해서 9시로 갔다가 12시로 갔다가 3시로 가서 다시 6시로 돌아오는 시계방향으로 그리겠죠?

 

즉 시계방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반구에 사는 오른손잡이 인간은 원도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자기소개나 고스톱도 시계방향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거의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운전대 핸들이 왼쪽에 있습니다. 그러면 회전로터리를 돌면 무슨 방향으로 돌까요? 시계방향 vs 반시계방향? 아마도 회전교차로를 돌면 반시계방향으로 돌 겁니다. 우리나라, 미국, 유럽처럼 왼쪽에 핸들이 있으면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영국, 일본, 인도처럼 오른쪽에 핸들이 있으면 시계방향으로 돌게 됩니다.

 

그래서 북반구에 사는 오른손잡이에게 한결같은 시계방향성은 바로 "오른쪽에 자동차 핸들이 있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남반구에 사는 왼손잡이에게 한결같은 반시계방향성은 바로 "왼쪽에 자동차 핸들이 있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북반구에서는 영국, 일본, 인도에 사는 오른손잡이가 한결같은 시계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남반구에서는 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등 남미에 사는 왼손잡이가 한결같은 반시계방향성을 가지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오니깐, 해와 달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오른손잡이라서 여전히 시계방향으로 밸브나 콜라병을 땁니다. 그리고 차를 타면 시계방향으로 돌아갑니다. 남반구에서 살아가는 방향은 대체로 시계방향이지만, 해와 달은 반시계방향으로 빙빙 돕니다.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 즉 지정학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가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과 생각을 바꿉니다. 나는 과연 이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도는지 생각해 봅니다. 모두가 시계방향으로 돌아갈 때, 나 혼자 반시계방향으로 돌면 길을 막히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혀 넘어지고도 하고 어깨빵을 놓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정의라고 믿으면,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사람을 비정상적으로 생각하고 배척하거나 집단적으로 따돌릴 수 있습니다. 남반구에서 해시계가 먼저 보급되어 북반구로 전파되었다면, 반시계방향이 시계방향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시계방향은 북반구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이고,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이 "반시계방향"이 됩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정의가 되고, 네가 거기 있으면 불의가 된다고 우리는 쉽게 쉽게 생각하고 구분을 짓습니다. 하지만 내가 북반구에 있느냐, 남반구에 있느냐에 따라서 시계방향의 정의가 달라집니다. 또한 내가 오른손잡이면 시계방향으로 힘을 쓰기가 좋고, 왼손잡이이면 반시계방향으로 힘을 쓰기가 좋습니다. 또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면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좋고, 운전석이 왼쪽에 있으면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좋습니다.

 

결국 내가 어디에 있느냐, 무슨 손을 쓰느냐, 운전대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이 서로 180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북반구에서만 살던 제가 남반구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점이 큽니다. 나는 과연 내가 가는 방향이 맞고, 남의 방향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공리 앞에서 겸손해집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인도네시아에서 해와 달을 보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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