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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22. 2024

알쓸신인 시즌1-04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 1-04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정윤식 특파원입니다.

 오늘은 인도네시아 화폐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화폐단위는 IDR이라고 하며 인도네시아 루피입니다. 원래 루피는 인도 루피를 INR이라고 하며, 인도문명의 영향을 받은 주변 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화폐단위입니다. 루피를 화폐단위로 사용하는 나라로는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모리셔스, 세이셸, 인도네시아, 몰디브입니다. 대충 사용 인구수로 따지면, 인도 14.5억명, 인도네시아 2.8억명, 파키스탄 2.5억명, 스리랑카 0.2억명, 네팔 0.3억명 이고, 전 세계 인구가 81억명 정도 되니깐 약 25% 인구가 루피화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루피는 산스크리트어인 루피아(Rupya)에서 유래했다고 하고,

은(Silver)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전 세계의 화폐단위를 살펴볼까요? 그럼 화폐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은(Silver)을 화폐 이름을 쓰고 있는 나라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우선 전 세계 GDP 1위인 미국의 화폐단위는 바로 달러(Dollar)입니다. 달러는 독일어 Thaler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고, Thaler는 계곡이란 뜻을 원래 가지고 있는데, 은을 채굴하던 체코에 있는 광산의 이름인 “Sankt Joachimsthaler : 성 요하킴의 계곡"을 줄여서 신성로마제국에서 발행하는 은화를 Thaler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신성로마제국에서 사용하던 Thaler가 네덜란드로 가서 daler가 되었고, 네덜란드가 뉴암스테르담(지금의 뉴욕)을 식민지를 삼으면서

사용하던 은화 daler가 나중에 dollor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달러를 화폐단위로 쓰고 있는 나라는 대충 GDP가 큰 나라만 살펴보면, 미국, 캐나다, 대만, 호주, 싱가포르, 홍콩 정도입니다. 미국 3.4억명, 캐나다 0.4억명, 대만 0.2억명, 호주 0.3억명, 짐바브웨 0.2억명 등 대략 세계인구의 6%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루피와 달러는 모두 은(Silver)과 같은 어원이고 대략 전 세계 인구의 1/3이 은과 관련된 화폐단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나라는 바로 영국입니다. 영국은 파운드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파운드 스털링(Pound Sterling)이라고 합니다. 금화 1개로 1파운드의 은을 얻을 수 있는 것에 유래했다고 합니다. 1파운드는 0.454kg을 의미하고, 무게를 나타낼 때는 lbs.라고 표현합니다. lbs. 는 라틴어 libra로 천칭자리를 의미하고 무게를 재는 양팔 저울입니다. 그래서 영국 파운드는 £는 libra를 나타내는 문자 L에다 화폐 사인을 그어서 표현했다고 합니다. 파운드를 화폐단위로 쓰는 나라는 현재로서는 영국(United Kingdom) 밖에 없는 듯합니다. 파운드라는 화폐단위는 1파운드의 은의 무게를 의미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과거 스페인을 포함해서 스페인 영향을 받은 페소(Peso)라는 화폐단위가 있습니다. 페소는 라틴어로 무게를 재는 걸 의미하는 Pendere에서 따와서 중량을 의미하는 스페인어 peso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페소는 전 세계적으로 필리핀, 멕시코, 쿠바, 도미니카,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가 있습니다. 그러니깐 파운드, 페소는 은(Silver)의 무게를 의미하는 화폐단위입니다.

 

이와 같이 인도문명, 서양문명은 주로 은(Silver)을 화폐단위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금화는 은화에 비해서 가치고 높아서 부의 규모를 서술하기에는 편리하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는 화폐단위가 커서 은으로 만든 화폐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곳을 금행이라고 하지 않고 은행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화폐단위에 금화에 해당하는 10만원, 100만원만 있고, 은화에 해당하는 100원, 500원, 1천원이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국가는 금광과 은광의 채굴권을 독점해 왔고, 특히 은광이 대량으로 발견된 스페인, 멕시코를 지배하기 위해서 로마제국, 스페인제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반해 동아시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은 화폐단위가 각각 원, 위안, 엔입니다. 모두 원(Circle, 둥글 원 圓)이라는 어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동아시아에서 가운데가 뚫린 동그랗게 생긴 엽전이 화폐를 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무 잎처럼 생긴 엽전 하나를 셋 때 한 닢, 두 닢 하는 식으로 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천원짜리를 셀 때도 한 닢, 두 닢 하는 건 "닢"이 나무에 달린 그 "잎"의 고어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엽전 가운데를 새끼줄로 꼬아서 한 다발을 만들면 100개 되면 한 냥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 돈 단위는 한 닢, 두 닢으로 세었고, 큰돈 단위는 한 냥, 두 냥으로 세었습니다. 그래서 "한 푼 두 푼 모아야 부자 된다."라는 말은 요즘 말로 하면 100원, 200원을 모아야 부자 된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서 한 푼은 한 냥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 천 냥 빚 갚는다."라는 말은 요즘 말로 하면 "말 한마디 1억원을 갚는다."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3국은 화폐의 단위를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재료가 아니라 화폐의 모양으로 정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상평통보라는 엽전은 구리와 주석으로 만든 동전입니다. 이와 같이 화폐의 모양을 화폐단위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중일, 그리고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크로네, 크로나가 있습니다. 왕관 모양(Crown)을 각각 크로네, 크로나라고 불러서 화폐단위로 사용하는 셈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대체적으로 전 세계 화폐단위는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은(Silver)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는 화폐단위가 루피, 달러입니다. 둘째, 은(Silver)이라는 물질이 아닌 은의 무게를 화폐단위인 파운드, 페소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로 동아시아 3국은 국가가 제조한 화폐의 모양인 둥근 원을 화폐단위로 사용하는 원, 위안, 엔이 있습니다. 인류가 만든 "돈"이라고 총칭하는 화폐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화폐의 단위가 서로 달리 해석됩니다.   주로 서양문명은 은(Silver)을 확보하고, 확보된 은과 금을 기반으로 중상주의, 자본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또한 시라큐스의 아르키메데스는 금왕관에 불순물을

알아내기 위해서 무게차이에 따라서 부력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유레카"를 외칩니다. 그렇게 서양문명은 화폐의 무게를 재기 시작하면서 자연과학을 발전시킵니다.

 

서양문명은 은과 금의 순도를 유지하며, 국가와 민족에 상관없이 통용될 수 있는 화폐단위를 사용하였고, 또한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 자연과학을 발전시켜서 결국 자본주의와 자연과학, 공학을 결합하여 르네상스, 자본주의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3국은 대체적으로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 사용되는 은화와 금화를 주 화폐로 사용하지 않고, 국가에서 발행하는 동그란 엽전 모양을 화폐단위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국의 경제가 주로 이루고, 타국과는 주로 조공과 같은 물물교환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화폐의 물질과 무게로 대표되는 자본주의+과학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조선시대 이기론, 사단칠정 논쟁, 예송논쟁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정신세계가 발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 문명의 영향으로 루피라는 화폐단위를 씁니다. 그리고 은화로 서로 유통하며, 상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을 통해서 유럽의 은화들이 대량으로 유통되었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인도양 주변 나라에서 향신료를 교역했습니다. 화폐의 단위로도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셈입니다. 오늘도 인도네시아 루피를 한국 원으로 환전을 할 때마다 생각을 합니다. 인도네시아 100 루피로 한국 8.5원 정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계산의 과정에는 화폐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루피를 접하며, 전 세계 화폐단위를 살펴보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 #4편"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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