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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05. 2024

알쓸신인 시즌1-05

재미있는 인도네시아 음식이야기

안녕하세요? 알쓸신인 시즌1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인도네시아 음식 하면 가장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나시고렝(Nasi Goreng)"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다음으로 미고렝(Mie Goreng)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인도네시아 음식 문화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나시(Nasi)는 인도네시아 말로 "쌀"을 의미하고, 고렝(Goreng)은 "볶은"이란 말입니다. 나시고렝은 우리나라 말로 하면 “볶음밥"이란 뜻입니다. 또 미(Mie)는 "국수"를 의미하고 미고렝은 "볶음면"을 의미합니다. 그 나라의 음식문화는 그 나라에서 주로 생산하는 농산물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벼농사는 수경재배를 기본으로 하고, 대규모 노동력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농업입니다.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2모작이 가능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쌀은 주로 자바니카 종으로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 종인 우리나라 쌀과 길쭉하고 찰기 없는 인디카 종인 베트남 쌀의 중간정도 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쌀을 그래도 사 먹으면 한국쌀과 비슷한 식감을 가질 수 있어서, 웬만해도 먹을 만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3 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식이 쌀로 된 음식이 많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음식이 쉽게 상합니다. 그래서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주로 기름에 튀깁니다. 여기서 기름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우리가 인스턴트 라면을 튀길 때 가장 많이 쓰는 팜유(Palm Oil)입니다. 팜유는 동남아시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전 세계 90% 정도 생산됩니다. 팜유는 야자과의 기름야자나무에서 자라는데, 통상적으로 100kg의 열매에서 약 22kg 정도의 팜유가 나오고, 팜핵유는 야자 씨앗의 배아에서 짠 기름으로 약 2kg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식용유라고 부르는 식물성 기름 중에서 가장 수율이 높은 식용유가 팜유이고 가장 값싸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다른 식용유에 비해서 포화지방산이 많아서 건강에는 비록 좋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수율이 높다 보니, 식용유로서는 저렴한 편이나 비누의 재료로서는 비싼 편에 속합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공산품 세수 비누의 대부분은 팜유가 주성분으로 사용하고, 앞에서 얘기한 팜핵유는 고급 비누의 재료로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비누는 전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서 한국 귀국 선물로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음식인 나시고렝은 주요 탄수화물 공급처인 이모작 쌀과 동남아시아가 최대 생산지인 팜유 기름이 만나서 볶음밥의 형태로 탄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경재배인 쌀을 기반으로 콩을 베이스로 만드는 메주, 간장의 조합으로 된장찌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비해서는

더운 날씨가 짧아서 기름을 볶는 음식이 별로 없고, 그 대신 산에서 나는 나물과 바닷가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주로 삶아서 요리하는 음식이 발달하였습니다. 즉, 한 나라의 대표음식은 그 나라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탄수화물계 주식(쌀, 밀, 보리, 수수 등)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 대표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케첩 바니스"입니다. 우리가 케첩이라고 부르는 건 사실 토마토 케첩을 의미하지만, 원래 케첩은 인도네시아어로

"간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바니스라는 말은 "달다"라는 뜻이 있어서 인도네시아에서 케첩 바니스는 "달달한 간장"입니다. 주로 밥(나시), 국수(미)와 함께

팜유에 볶으면 달달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서 나시고렝, 미고렝의 주요 소스 재료로 씁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용하던 케첩 바니스가 대항해시대에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식탁에서 먹는 주로 소스를 유럽에서는 케첩이라고 불렀고, 19세기 초에 미국에서 토마토를 갈아서 만든 소스를 케첩의 메인 재료로 사용하게 되면서

케첩이라는 말은 토마토 케첩과 동일한 말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다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한 나라의 음식은 대부분 그 나라의 기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연중 25 ~ 33도의 더운 날씨 때문에 이모작 이상이 가능하여 벼농사를 주로 했고, 그중에서 한국쌀과 베트남쌀의 중간정도의 찰기를 가진 쌀을 생산합니다. 또한 연중 더운 날씨 덕분과 충분한 강수량 덕택에 팜유가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 팜유로 쌀을 볶아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볶아서 먹어야 음식도 상하지 않고 식중독에도 덜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렇게 대량 생산된 팜유와 팜핵유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비누는 고급으로 인식되어서 선물용으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케첩이라고 부르는 토마토 케첩은 원래 서양식 테이블 소스를 의미하는 것이고, 인도네시아의 케첩 바니스(달달한 간장)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리고 케첩 바니스 소스를 넣어서 쌀을 볶으면 달짝지근한 "나시고렝"이 되고, 국수를 볶으면 달짝지근한 "미고렝"이 됩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인도네시아 음식이 있지만, 나시고렝과 미고렝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와 문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쌀은 찰기가 있어서 한국사람에게도 그나마 친근감이 있고, 한 그릇을 먹고 나면 포만감도 큽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뽐삐아(Pompia) 비누로 세수를 하고, 나시고렝과 미고렝을 먹으면서 인도네시아 라이프를 배우며, 즐기고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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