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골프를 칠 때 버킷모자를 쓴다. 인도네시아 적도의 강렬한 햇빛을 막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캡모자보다는 얼굴과 목덜미까지 가릴 수 있는 버킷모자가 더 실용적이다. 이번 3월에 한국에 잠시 다녀오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버킷모자가 낡아 아마존 인터넷 쇼핑으로 컬럼비아 버킷모자를 주문했다. 다시 인도네시아로 와서 새로 산 버킷모자를 쓰고 열심히 골프를 쳤다.
토요일 오전에 골프를 치고, 새로 산 컬럼비아 버킷모자를 빨려고 모자를 자세히 봤다. 그런데, 이 모자가 인도네시아산(Made in Indonesia) 임을 알고 잠시 모자의 경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무게 90g, 가격 22,350원 컬럼비아 버킷모자는 지구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돌아서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는 의류, 봉제공장이 자카르타 인근에 많다고 하니 이 모자는 자카르타 근처 땅그랑, 브카시 같은 위성도시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 본사에 있는 컬럼비아스포츠웨어컴퍼니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다른 제품들과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서 자카르타 외항인 탄중프리오크에 대형 컨테이너선에 옮겨졌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미국으로 가는 교역량이 많지 않은 관계로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에서 잠시 머문 후에, 싱가포르에서
미국 LA로 옮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LA인근에 있는 뷰에나 파크(Buena Park) 아마존 물류창고에 옮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마존 쇼핑몰에서 구매한 컬럼비아 버킷모자는 한국으로 오는 화물 항공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다음에 택배차에 옮겨져서 부모님이 계신 부산 영도구로 보내졌다. 그리고 나는 부산 부모님 댁에서 캐리어에 컬럼비아 버킷모자를 넣어두고, KTX를 타고 광명역까지 이동한 다음에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아시아나 항공에 위탁수화물로 맡기고,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서 짐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자카르타 근처 위성도시인 땅그랑(Tangerang)까지 그 모자를 가지고 왔다. 그럼 컬럼비아 버킷모자는 아래와 경로로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의류공장 -> 탄중프리오크 항 -> 싱가포르 항 (가능성이 높음) -> LA 항 -> 캘리포니아 뷰에나 파크 -> 인천공항 -> 부산 영도구 -> 광명역 ->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공항 -> 자카르타 인근 땅그랑 우리 집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그 모자는 결국 미국, 한국을 거쳐서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왔다. 컬럼비아 등산모를 보면서 잠시 상념에 빠지고 세계화를 생각해 봤다. 우리는 이렇게 세계화된 지구촌을 살고 있다. 새삼스레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떨어지는 미국, 한국 주식시장을 지켜보며 컬럼비아 등산모자가 생각이 났다. 참 재미있고도 신기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