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답하는 2차 방정식 근의 공식
약 2년 전에 아들이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에 대해서 물었다. 인생을 살면서 2차 방정식을 풀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학창 시절에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을 유도하고 외웠더니 50살이 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특히 루트 안에 있는 b^2 - 4ac을 판별식이라고 한다.
판별식 b^2 - 4ac 가 0보다 크면, 두 개의 실수해을 가진다. 판별식이 0보다 작으면, 실수해이 아닌 허수해 2개를 가진다. 판별식이 0이면, 하나의 실수해(중근)을 가지게 된다. xy좌표로 보면 이차방정식 그래프가 y=0 되는 수평선에 접할 때, 중근이 된다. y=0 수평선과 2개의 점에서 만나면 실수근을 가지고, 수평선과 만나지 않으면 허수근이 된다.
만약에 우리 인생의 문제들을 2차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그 문제들 가운데 2차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비율은 아마도 1%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다. 인생의 문제들을 2개의 해로 구해볼 수 있을까라는 선택이라고 해석해 보았다. 2차 방정식에서 2개의 해는 AND 조건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x^2 - 3x + 2 = 0라는 방정식은 (x-1)(x-2)=0로 인수분해가 가능하다. 그러면 각각 1과 2라는 각각의 해가 독립적으로 2차 방정식을 만족시킨다.
내가 100만원의 예산으로 일본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대략 오사카, 도쿄 정도 2개의 옵션(해)을 구할 것이다. 그리고 각각 해인 오사카와 도쿄 중에서 그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100만원 예산에 맞춰서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 선택의 문제를 너무 2개의 해로 축약하는 게 지나친 비약일 수 있으나, 판별식의 의미를 돌이켜 보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우리에게 있어 2차 방정식과 같은 문제들을 푼다고 생각하고, 판별식의 의미를 알아보자. D = b^2 - 4ac > 0 이면, 2개의 근이 생긴다. 그러면 2개의 근이 생기기 위한 조건은 어떻게 될까? 이게 정말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첫째, 내가 행동을 취하면 (미지수 x), 이를 b의 배수만큼 만든다. 너의 노력, 행동, 생각 등 너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미지수 x에 대해서 b라는 값(aka. 재능, 유전)이 곱해진다. 사람마다 다들 b값이 다를 수 있다. A는 하루에 1시간 공부하고, B는 하루에 2시간 공부해야 A랑 동일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B는 A과 비교하면 b값이 1/2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자주 본다. 공부가 유전이냐, 노력이냐 하는 논쟁이 있긴 하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이 보통사람보다 b값이 크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b값의 차이는 증폭의 정도에 따라서 성과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판별식 D 입장에서는 좀 더 다르다. b값이 양수일 때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고, 음수일 때도 상황은 동일하다. C는 매일 1시간 운동해서 한 달에 1kg 빠지고, D는 동일한 조건에서 한 달에 2kg 빠질 수도 있다. 즉, b값의 차이는 한 개인이 취한 동일한 행동(미지수 x)에 대해 각 사람마다 다른 능력치 배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불공평해 보인다.
둘째, 판별식 D의 관점에서 보면 b는 음수, 양수와는 상관없이 b^2은 언제나 양수이다. 여기서 b = 0 되는
케이스는 특별한 경우라서 차후에 논의해 보자. b^2이 음수가 되는 경우는 없다. 수학적으로는 b^2이 음수가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b = i 일 때는 b^2 이 -1이 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은
a,b,c가 실수일 경우를 가정해두기 때문에 b^2이 음수가 되는 경우는 없다. 인생에서는 각자의 노력(미지수 x)도 대한 b값(재능)이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판별식 D 입장에서는 그 어떤 b라도 0이 아닌 이상 b^2은 늘 양수가 된다는 사실이다. 1차원적으로 b값(재능)의 차이가 발생하나, 판별식 D에서는 b^2은 언제나 양수라서 그나마 낫다. 그래도 판별식 D값이 0보다 크기 위해서는 b값이 크면 클수록 더 유리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셋째, 각자의 인생에서 주어진 b값(재능)이 다르더라도, ac에 따라서 판별식 D가 달라질 수도 있다. a는 내 노력(x)을 제곱한 값의 계수이고, c는 내 노력(x)과는 상관없이 초기에 주어진 default값이다. 나는 a를 행운계수, c를 유산계수라고 정의하고 싶다. 내 노력에 비례하는 b는 재능인데, 내 노력을 제곱해서 나오는 값에 대한 계수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공부했던 1시간인데, 하필 내가 시험 전에 외웠던 단어가 나왔다면 그건 바로 행운인 셈이다. 또한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 남다르다면 그건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b와 c가 엄밀하게 다르다. 그런데, 판별식 D가 0보다 크기 위해서는 2가지 케이스 밖에 없다. 가장 확실한 경우는 a와 c의 계수가 서로 반대가 되는 거다. 즉, 행운과 유산이 서로 부호가 다를 때 판별식 D는 항상 0보다 크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행운 a와 유산 c가 반대부호인 경우는 항상 판별식 D가 0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많은 금수저에게는 지나친 행운이 독이 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없는 흙수저에게는 한 번씩 찾아오는 행운의 기회가 인생을 점프 업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넷째, 판별식 D가 0보다 더 클 수 있는 2번째 케이스는 b^2 이 4ac보다 더 큰 경우이다. 첫 번째 케이스는 행운과 유산의 방향이 반대이면 항상 D가 0보다 크지만, 2번째 케이스는 조건이 따른다. b^2이 4ac보다 커야 한다. 이는 우리의 인생에서 자기 주도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때때로 인생을 살다 보면, 한 번의 인생의 역전기회의 행운이 따르기도 하고, 부모가 초기값으로 주어진 뭉칫돈, 유산이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내 인생을 남이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대한 b^2을 크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4ac보다 더 커져버리면, 행운과 유산도 나에게는 보너스나 마이너스로 주어지더라도 판별식 D는 0보다 크게 된다.
나는 가끔 내 인생을 반추하며 판별식을 꺼내본다. 내 인생의 2차 방정식이라면, 나에게는 행운 a, 재능 b, 유산 c가 주어지고, 내 노력이라는 x로 살아간다. 그리고 내 인생의 판별식 D가 0 이상이 되어 실수해 2개를 가지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노력 x를 키우고자 한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달란트 재능 b를 최대한 활용해서 악하고 게으른 종이 아닌 충성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행운 a와 유산 c의 곱의 4배수보다 더 크게 b^2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행운 a, 유산 c를 모두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진 않는다. 그들은 a와 c의 부호가 같기 때문에 b^2보다 커질 수 있는 위험 속에 살아간다. 또한 행운 a와 유산 c가 모두 마이너스인 사람에게 미안한 맘이 든다.
이제 결론을 맺어보자. 내 인생의 판별식 D = b^2 - 4ac는 나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려준다.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할 수 없는 재능을 기반한 자기 주도적 삶을 b^2이 가르쳐준다. 그리고 인생에서 행운 a와 유산 c가 같은 방향이 되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은 쉽게 자만하고, 모든 걸 다 잃은 사람은 쉽게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유산이 마이너스 인 사람에게 행운은 기회의 발판이 되고, 유산이 플러스 인 사람에게 한 번의 행운은 자만으로 빠지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하루 b^2을 키워 달란트 재능을 활용하여 삶을 살아가고, 행운 a와 유산 c의 곱인 4ac는 보너스와 마이너스로 살아간다. 그게 내 인생의 판별식을 좌우하지 않도록 b^2이 더 큰 흑자 인생을 산다. 그리고 때때로 b^2 이 4ac가 한 번씩 만나는 단 한 개의 해를 가진 중근의 순간에는 절묘한 균형점을 시원한 맥주 빈땅 맥주 한 캔으로 자축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때로 판별식 D가 0보다 작아져서 허수해를 가지는 순간이 오면, 내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는지, 아니면 너무 행운에 기대어 사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기도 한다.
당신에게 인생의 판별식은 있는가? 그대도 나와 같다면, b^2을 크게 가졌으면 한다. 또한 행운 a와 유산 c가 되도록 반대부호를 가지도록 살아가며, 4ac가 주도하는 삶이 아니라 보너스/마이너스로 여겼으면 한다. 아들이 물어봤던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에 대한 물음을 2년이 넘어서야 답을 해본다. 내 인생의 판별식 D = b^2 - 4ac는 지금도 내게 묻는다. 너의 판별식 D는 0보다 크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