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은 증명되어 정리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904년에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가 "단일연결인 3차원 다양체는 구면과 같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였고, 이와 같은 질문을 그의 이름을 붙여 푸앵카레의 추측이라 불렀다. 2000년에 하버드 대학교 수학자들이 클레이 수학연구소라는 단체를 만들고, 21세기 수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7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각 문제마다 상금 100만 달러를 걸었으며, 그리고 푸앵카레 추측은 2002년 11월에 러시아의 수학자인 그레고리 페럴만에 의해서 98년 만에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1904년 푸앵카레 추측은 2002년 그레고리 페럴만에 의해서 증명이 되고, 더 이상 추측이라 불리지 않고 일반적인 정리로 인정되고 '푸앵카레 - 페렐만 정리"로 불리게 된다. 수학계에서는 엄밀한 증명의 과정을 거쳐야만, 그 추측이나 가설이 정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도 P 대 NP 문제, 리만 가설, 호지 추측,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의 존재와 매끄러움 등 6개 난제가 아직까지도 추측이나 가설로 남아있고, 7대 난제 중에서 유일하게 푸앵카레 추측이 패럴만에 의해서 증명되었다.
이렇듯 추측과 가설은 엄격한 수학적, 과학적인 과정을 거쳐서 검증이 된 후에야 정리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가진 현자라도 추측을 증명 없이 정리로 만들 순 없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3차원 구공간에 대해서 추측을 했다. 만약 우주가 구와 같은 공간이라면, 지구에서 로켓을 쏘아 올려서 우주 공간을 여행하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다음에 로켓이 지난 온 길에 끈을 풀어놓았다면, 그 끈을 당겨서 회수되었다면 우주는 구공간이라는 추측이다.
만약에 우주가 구공간이 아니라, 어딘가에 구멍이 나 있는 도넛의 형태라면, 줄이 어딘가에 걸려서 로켓에서 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푸앵카레 추측을 통해서 우주가 구공간처럼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푸앵카레 추측"이 주는 수학적 의미보다, 푸앵카레 추측이라는 질문의 의미에 보다 관심이 생겼다.
제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제시한 추측이 증명되지 못하면 결코 정리가 되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이 제 아무리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여도, 그의 생각과 추측은 증명되지 못하면 결코 진리 또는 정리가 되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그러한 질문 덕택에 오히려 양자역학은 더욱더 이론적, 실험적으로 탄탄한 학문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수많은 추측을 하고 산다. 그리고 그 추측들을 기반으로 일상생활을 이어 나간다. 내 노후를 위해서
연금저축, IRP 계좌 등에 S&P500 추종 ETF를 매수하고 있다. S&P500은 ETF 상장이래도 우상향 한다는 가설이 있다. 지금까지 그 가설은 높은 확률로 우상향 하는 실적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 가설이 증명되고, 정리가 되진 않았다. S&P500은 미국주식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가정 토대 아래에 있다. 앞으로 100년 후에 미국이 지금처럼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인생에서 수많은 "푸앵카레 추측"을 만나고 산다. "여자보다 남자가 운전을 더 잘한다.", "서울 사람은 깍쟁이다." 등 수많은 추측이 있고, 그 추측이나 가설을 기반으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편견은 때로는 확신이 되어 우리에게 "정리"로 둔갑하기도 한다. 하지만, 푸앵카레 추측은 페렐만이 수학적으로 증명해서 정리가 되었다. 나에게도 수많은 가설과 추측이 있다. 아직도 7대 난제 중에서 1개만 풀렸듯이, 나에게도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가 있다.
난 오늘도 3차원 지구에, 2차원 평면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 위에서 한 번씩 밧줄을
회수해 본다. 밧줄이 회수되었다면, 난 구형태의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고, 회수되지 않고 걸려 있다면, 도넛모양의 지구에 살고 있는 셈이 된다. 푸앵카레 추측이 푸앵카레 - 패럴만 정리가 되었다. 나도 내 인생의 많은 추측들 가운데 내가 겪어보고 증명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하며 살아가야겠다.
문득, 한국과 30도 이상 기온차를 보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푸앵카레 - 패럴만 정리를 생각해 보며, 인도네시아에 관한 수많은 추측과 가설들을 엄밀한 증명 없이 편견으로 담지 않겠노라고 반추해 본다. 언젠가 나도 내 인생의 긴 밧줄을 회수할 날이 올 것이다. 그제야 난 내 인생이 구형태라고 확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