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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y 31. 2016

아이들의 눈으로 본 가족

어머님은 누구니?

 얼마 전에 EBS 다큐멘터리 "마더쇼크"의 짧은 동영상을 보았다. 아이의 교육에 대한 한국 엄마와 미국 엄마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 아이들에게 낱말 퍼즐을 하게끔 하고 엄마의 반응을 지켜보게끔 했다. 우리(?)의 기대대로 한국 엄마는 아이에게 힌트를 주고, 정답을 유도하게끔 했다. 하지만 미국 엄마는 아이가 전혀 단서를 찾지 못하고 헤맬 때도 어떤 힌트도 주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아이 스스로가 정답을 찾도록 하는 역할에만 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엄마와 미국 엄마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주는 "마더쇼크"보다는 엄마와 아이를 소개하는 "자막 쇼크"를 받았다. 


 난 가장 충격적인 두 장면에서 "자막 쇼크"를 받고 말았다. 미국 엄마는 아이와 성(Family Name)이 똑같은 반면, 한국 엄마는 아이와 성(Family Name)이 달랐으며, 심지어 "인중 어머니"라는 설명이 붙었다. 그리고 EBS 다큐 내용보다 더 차이가 나는 "성(Family Name)"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서구 사회는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성의 "성"을 따른다. 남성의 "성"을 따르는 관습이나 전통의 유래를 논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눈으로 본 가족(Family)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자신의 이름을 쓴다. 그리고 동생의 이름도 쓰고, 엄마, 아빠의 이름을 쓴다. 미국 아이들에게는 같은 "성"을 쓰고 있는 사람이 가족이다. 즉 가족 내에 모든 사람들의 "성"이 같다. 실제 생물학적으로는 아이와 엄마, 아빠는 한 핏줄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사실상 "남"이다. 그런데도 성(Family)은 핏줄(Blood)로 국한되지 않고 아이들과 엄마, 아빠는 같은 가족이다.


 하지만 동양 사회는 여성이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아빠의 "성"을 따른다. (대개의 경우가 그렇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 무의식적으로 깨닫는 게 있다. 나와 오빠와 아빠는 같은 성인 반면에 엄마만 혼자 다른 성(Family)을 가지고 있다. 사진 속 김인중이도 마찬가지다. 아빠도 김씨고, 동생도 김씨인데, 엄마만 박씨인 것이다. 즉 가족 내에 유일하게 다른 "성"이 엄마이다. 성(Family)은 핏줄(Blood)로 한정되고, 엄마는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성이 다른 타자로 남겨져 있다. 엄마는 나와 같은 "김"씨가 되지 못하고 "박"씨가 된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가족은 어떨까? 엄마만 왜 성이 달라야 할까? 가족은 핏줄 이상의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진 속 윌리엄 파워즈는 엄마 콜린 파워즈를 보면서 같은 "파워즈"성을 가진 엄마를 가족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김인중은 엄마 박경희를 보면서 다른 성을 가진 엄마를 인식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시집을 온 엄마는 시댁에서 "남"의 식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막에는 "인중 어머니"라는 설명이 붙어야 한다.


 난 여기서 우리나라도 여자가 남자의 성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아빠와 엄마의 동시에 쓰는 "김박인중"이라고 쓰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가족을 바라봤을 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어머님이 누구니?"라고 물어보면, 나와 다른 "성(Family Name)"을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자막에는 일일이 "OOO 어머니"라고 써야 한다. 한국 엄마와 미국 엄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들의 교육에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에 있다.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질문 앞에 아이들이 답을 한다. 미국 아이 윌리엄 파워즈는 "콜린 파워즈"라고 답하고, 한국 아이 김인중은 "박경희"라고 답한다. 가족(Family)은 한 핏줄(Blood)로 설명할 때 엄마와 아빠는 남이 된다. 가족(Family)은 "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나와 엄마, 아빠의 한 덩어리인 것이다. 같은 "성"을 쓴다고 가족이 되지 않는다. 다른 성을 쓴다고 가족이 아닌 것도 아니다. 다만, 성(Family Name)이라는 개념이 아이들에게 전달될 때, 엄마와 아빠가 "남"이 되는 그 혼란함을 아이들에게 전혀 지지 않길 바란다.


 미국 엄마와 한국 엄마가 성(Family Name)이 다르다는 차이가 미국 문화는 우월하고 한국 문화는 열등한 것도 결코 아니다. 저마다 다른 환경과 역사 속에서 다르게 전개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머님의 누구니?라는 질문을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살펴보았다. 


P.S 가족은 아빠가 돈 벌어주고, 엄마는 애들을 키우고,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모습이 아니다. 가족은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은 무작정 희생하고, 희생을 대가로 상대방에게 희생의 댓가를 요구하는 사이가 아니다. 가족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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