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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니맨 May 30. 2020

내 연봉이 반토막났다.

스트레스도 반토막났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연봉을 절반 이하로 낮췄더니 행복해졌습니다.


저는 지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고 아주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 8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어디를 가든 여행이 되는 삶을 살고 있으며, 심지어 살고있는 콘도의 공용 공간만 가도 수영장과 헬스장 그리고 이국적인 야자수들이 가득해서 이미 여행 온 기분입니다. 그리고 막 퇴근한 지금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사용할 수 없습니다ㅠㅠ


지금은 당연해진 이런 일상이 그저 꿈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국내 한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여 해외에서 근무를 했었는데요. 지금 받는 월급의 2배가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그 때는 숙소도 회사에서 제공해주었고 차와 운전기사도 제공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받는 월급을 거의 그대로 모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곳이었죠. 주말에도 상주하는 아주머니들이 밥을 해줬으니까요.


돈을 쓸 곳이 없으니 잘 모이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좋아보이는 곳에서 1년을 못버티고 10개월만에 퇴사를 하게됩니다.


한국보다 2시간이 빨랐던 그 곳에서의 근무는 한국 본사 시간에 맞추어 시작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9시에 출근을 하려면 제가 사는 곳은 아침 7시 출근이 되어버리죠. 여기에 하나 더! 바로 직장문화가 추가됩니다. 사원부터 대리까지는 과장님, 차장님들보다 일찍 출근해야하는 문화가 있었는데요. 과장님과 차장님들은 함께 출근하시며 20분정도 일찍 출근해서 결국 저는 6시반 전에 출근을 해야했습니다.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밥먹고 출근하려면 최소한 5시 반에는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거죠. (TMI이지만 저는 아침을 꼭 챙겨먹어야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더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오전 5시에 시작한 하루는 오후 5시에 저녁을 먹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흔히 의리 야근이라고 불리는 의미없는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보통 저녁 8시 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토요일에 출근하는 날도 종종 있었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오후 8시 반에 퇴근하면 돌아와서 씻기만 해도 9시 반이 됩니다. 일만 했는데 하루 중 16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바로 잔다고 하면 최대 8시간을 잘 수 있는 근무 환경이었던 거죠.


제가 노예라고 느껴질 정도로 워라벨이 정말 간절했던 시기였습니다.


2015년 미국수면재단(NSF: National Sleep Foundation)의 연구에 따르면 26세부터 64세의 성인에게 권장되는 수면시간은 7~9시간이며, 2016년 OECD 회원국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22분이라고 합니다.


즉,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살기 위해서는 퇴근 후 바로 잠들어야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실 입사 초기에는 취업난이 심한 이 시기에 만족스러운 월급을 받으며 해외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일하고 있던 분야도 취미로 즐기던 분야였고 R&D 직무인 덕분에 취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하루하루 재미있었습니다.


바로 이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내가 여기서 10년을 일해서 차장이 된다면?”


쿵! 머리를 세게 맞은 듯했습니다. 차장님도 저와 똑같이 OECD 회원국 평균 수면 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깐만, 저 차장님은 여기서 10년 넘게 일하신 분인데..”


미래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지자 길을 잃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그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일이 재미가 없어졌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1년만 버텨보자라는 생각으로 살기 시작했고 1년 이후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버텨나갔습니다. 하지만 사내 정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목적으로 타 사업부의 차장님이 저에게 사생활 간섭을 하며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지칠대로 지친 저는 1년이라는 일정을 10개월로 앞당겨 퇴사를 하게되었습니다. 그 결정을 한 날, 이 영상을 촬영했죠.


첫 영상을 다시보니 많이 부끄럽네요.

위의 사진 속 유튜브 영상을 보시면 외모에서부터 얼마나 피곤에 찌들어 있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영상 링크:  https://youtu.be/5ddZg8htX0U


그리고 그렇게 저는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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