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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니맨 Jun 04. 2020

대기업 합격, 코로나로 취소

30평생 팬데믹은 처음이라..

"안녕하세요. OOOO입니다. 저니맨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합격'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계약서에 싸인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좋아하고 김칫국을 마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해냈다!'라는 생각에 좋아하고있었다. 30평생 처음 겪어보는 팬데믹이 내 인생에 끼칠 영향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취업하기 위해

일을 먼저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현지에서 머무르면 채용하는 기업들의 평판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현지에 머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실무자 면접이 진행된 상태로 한국 본사 면접이 진행되어 업무환경 파악이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일단 현지에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콜센터에 이력서를 내고 한달 뒤에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공항은 언제나 나를 설레이게 한다.


말레이시아 내 콜센터 회사들의 월급은 200만원 초중반 정도로 해외정착지원금을 받을 경우 첫해 연봉은 3천만원 중반정도가 된다. 내 경력과 전혀 관련없는 콜센터에서 일하게되면 물경력이 되지만 현지 답사 및 휴식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초기에는 회사에서 비행기표와 정착 지원금이 제공되니 부담없이 말레이시아로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직 시 발목을 잡는 이상한 계약조건들이 있다. 


1) 퇴사 시 3개월 전 고지
2) 1년미만 근무 시 제공된 비행기표와 정착 지원금 그리고 워킹비자 비용 청구


1) 퇴사 시 3개월 전 고지

콜센터의 업무 특성상 인수인계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합격이 되고 입국까지 한달 미만이 소요되고 신입사원 교육이 한 달간 이뤄지는 것을 생각하면 퇴사를 알리고 3개월을 기다려야하는 점은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이 3개월의 기간으로 인해 이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합격자의 빠른 합류를 원한다. 그래서 이 3개월 때문에 채용을 망설이다가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뛰어난 인재라면 회사가 기다려주겠지만 필자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큰 짐이되는 부분이다.


2) 1년미만 근무 시 제공된 비행기표와 초기 정착 지원금 그리고 워킹비자 비용 청구

1년 이내 퇴사 시 청구하는 각종 비용들은 난생처음 들었던 사항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한인 모임에 나가서 여러 취업 사례들을 들어봤지만 워킹비자 비용을 직원에게 청구하는 회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어쩌면 1년이내 퇴사 비율이 높아 만들어진 조항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1년 이내 퇴사 사례를 보기도 했고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이 종종 들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1년 이내 퇴사자에게 물어보니 퇴사 시 마지막 월급에서 차감되고 입금이 이뤄졌다고 했다. 필자의 경우 해외정착지원금이 지급되는 1년은 무조건 말레이시아에 머물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계약서에 싸인할 때는 신중해지자.


대기업 면접

이거 데자뷰인가?


해외법인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공채로 들어가는 방법과 현지에서 *현채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공채로 취직을 경험해 본 필자는 비교적 문턱이 낮게 느껴지는 현채로 이직을 결심했다. 일반적으로 공채와 현채의 임금은 거의 비슷한 편이나 경우에 따라 현재의 임금이 낮기도하고 높기도하다. 


공채: 공개채용의 줄임말
현채: 현지채용의 줄임말


공대출신이라 정장은 면접 때만 입는다.


현 직장에서는 휴가 사용이 자유로워서 면접 일정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프리랜서 생활로 인한 직장생활 경력 단절과 처음 도전하는 분야의 직무라는 점이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면접관 중에 외국인도 있어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로 면접을 보는 것은 덤이였다. 영어 울렁증은 해외에 거주해도 사라지질 기미가 보이않는다.


지금 이거 데자뷰인 것 같은데?!

면접장에서 마주한 한국인 직원분들의 분위기는 전 직장의 실무진 면접 때와 유사했다. 면접관에게서 본인의 위치에 대한 자부심과 업무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열정이 느껴진다. 동시에 업무로 인한 피로가 느껴지는 것이 미생의 오과장님의 아우라와 닮아 있었다. "우리 회사 야근도 많고 주말근무도 하는데 괜찮아요?". 데자뷰가 의심될 정도로 전 직장의 면접과 매우 유사한 분위기와 질문이었다.


이런 분들과 일하면 즐거울 것 같다. (사진 출처: 드라마 미생)


이전 직장의 야근과 주말근무에 지쳐 퇴사를 했던 나였다. 물론 결정타는 타 사업부 차장님의 괴롭힘이었지만 야근과 주말근무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첫 직장은 좋아하는 분야이었고 나와 잘맞는 직무였다. 전문적인 지식과 커리어가 보장되는 곳이라 성급하게 퇴사를 결정했다는 후회도 가끔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면접을 보는 곳 또한 전문적인 지식과 커리어가 보장되는 곳이며 좋아하는 직무로 대학생활 시 부전공으로 공부하기도 했었다. 해당 분야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것 같아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난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있는데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대기업 합격

그리고 코로나


면접을 망쳤다는 기분이 확실하게 들었다. 한국인 직원분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외국인 인사팀 직원의 질문에는 만족스러운 답을 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이전 직장에서의 업무관련 성과를 묻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이전 글에서 한번 다뤘듯이 전 직장의 근무시간은 길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을 가르쳐주는 속도가 더뎠다. 그래서 업무관련 성과라고 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지어내서 그럴듯하게 말하면 되지."라고 할테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인사팀이 전 직장에 직접 연락해서 확인하기도 한다. 


내 거짓말을 확인할까봐 걱정할 바에는 면접을 망치는 것이 속 편하다. (사진 출처: 영화 타짜)

면접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도착 예정 시간은 10분.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궁금증을 참지못하고 경비원에게 최근 면접보러 온 사람이 몇명 정도 되는지 물어봤다. '어차피 떨어질 거 경쟁률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자.'라는 심리였다. 어제 오늘 여러명이 다녀갔다는 대답에 나는 탈락했다는 확신이 생겼다.


따르릉

몇 주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국에 있을 때나 해외에 있을 때나 택배를 시키지 않았다면 모르는 번호는 절대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합격전화일 수도 있잖아?'라는 마음의 소리가 강렬하게 들려왔고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OOOO입니다. 저니맨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합격'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채용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말을 가볍게 생각했다. 당시는 3월 중순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지만 이렇게 심각해지고 장기화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5월이 되자 말레이시아 내 한인 커뮤니티에는 채용이 취소되어 하소연하는 글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취업관련 단톡방에서도 채용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않게 접하게 되었다. 점점 불안해졌다.


이제 채용이 일정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해야할 시기가 되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9월에 현 직장에 입사한 나는 퇴사 3개월 전 고지의무를 고려했을 때 1년 내 퇴사로 인한 패널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채용이 취소된다는 답을 듣게될까봐 손이 가지 않는다.


연봉 2천중반 워라벨 vs 3천중반 야근과 커리어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나의 퇴근 후 자유시간을 연간 천만원과 커리어로 보상받는 거래이다. 사실 아직도 망설여지지만 사실 알고보니 결정권은 '코로나'가 쥐고있었다. 난 어떤 답을 받게 될까?


코로나 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되어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복귀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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