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물 - blue
순수했었던 그 시절엔, 어떤 색깔만 봐도 특별했던 그런 나를 보면 참 슬퍼요.
믿기지 않겠지만, 렌즈만 들이대면 삐걱삐걱 로보트가 될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김치-에도 눈이 크레상트이지 못했던 기계.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일걸 그랬죠. 왜 알려주지 않았어요. 이것저것 너무 의미부여하지 말라는 교훈, 온갖 곳에 신경 쓰게 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것에도 감흥이 없어지기 때문이란 걸. 여기저기 널린 내 부속들 덕에 불편한 편안함의 연속인 날들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없는 살덩이와 가슴이 따땃한 쇠뭉치 중 무엇이 인간에 가까울까요. 잘 익은 수박의 통통 소리였던 웃음에서 이젠 스네어의 통통 소리가 납니다. 뺨에 있던 폭포는 절벽이 된 지 오래구요. 서울과 카이로의 하늘이 같아진 날에, 난 드디어 온전한 유기체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참으로 두려운 밤입니다.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가 풀썩 쓰러져도 눈길 한번 주고 말 내가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