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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May 25. 2021

형용사와 부사를 과장되게 늘이는 네 말버릇이 아직도

담소네공방- 잘 지내길 바래요

나는 참 우습게도, 그대가 남기고 간 따뜻한 걱정들로 하루하루 살아갈 테니.


오늘도 녹두거리 소머리국밥집 가마솥 안 국물처럼 찐드으윽한 하루를 땀 뻐얼뻐얼 내며 보냈다. 이런 저녁일랑 반드시 뜨뜨으읏한 물로 샤워를 해야 한다. 허물이야 어떻게든 벗어던지고 퍼얼퍼얼 끓는 샤워기 물줄기로 뒷덜미를 지지고 있노라면 '수도세 좀 아껴! 이래서야 같이 결혼하고 살겠어?' 하는 낯익은 잔소리가 목욕탕에 울린다. 이젠 대사 좀 바꿨으면 좋겠는데, 하며 대애충 샴푸를 한다. 씻고 나오니 허-해서 냉장고를 습관처럼 열면 마찬가지로 습관처럼 터엉 비어 냉기뿐이기에 노려보고 있으니 '전기세도!' 하는 고함이 부엌을 채운다. 알았어 알았다고, 한숨과 함께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며 푸욱 얼굴을 묻으면 왜 아직도 네 향기가 트램펄린을 하는지. 제법 흉내는 내지만서도, 절대로 이 푹시인한 극세사 이불은 포그은한 네 온도이지 못해서, 저어어엉말 지이이인짜로 오늘은 네 품이 많이 그립다.


p.s

남긴 오지랖들로는 부족했는지, 결국 손목은 수술을 해야 한대.
아니지, 여전히 네 말은 주욱어라고 안 들어먹는 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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