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기로 결심했다

Oasis - Wonderwall

by 재영
Because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who saves me,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


참.
나이가 들수록 혼잣말에 익숙해진다는데,
어느새 반(半)육십에 가까워졌음에도 무심코 튀어나오는 짧은 감탄사마저 이렇게나 내뱉어짐이 어색하다.

잠깐의 망상과 감상 따위 엉정벙정 늘어 놀 새 없이 버거운 공식들과 예닐곱 해를 씨름해야 했던 벼락치기 우등생의 사춘기를 보낸 탓일 테다.

'아'하는 한 음절의 유레카에 식겁하는, 표현에 이리도 인색한 사람이 감정과 사적인(혹은 꾸며낸) 이야기를 예쁘게 포장해 관중에게 듣기 좋은 노래로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함을 넘어 생계에 위협이 없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다.


심하게 쓴 커피를 마시다 쓰다는 말도 동행에게 하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고, 문득 속으로만 삼키다가 속으로 삼켰다는 사실마저 잊은 감정과 생각들이 민음사 전집의 글자 수는 넘었다는 것,

슬슬 디지털카메라라고 자신했던 대뇌 속의 기억들이 색이 바래 뿌옇게 희미해진 필름 사진이 되었음을 깨닫고,

나는 내 독백들을 적기로 결심했다.


흘려보낸 사람과 순간은 그랬기에 아름답다지만 나는 새어나가는 줄기들을 잠시나마 담아 놓아야겠다. 겨우 붙잡은 그것들에 나를 파묻고 내가 나이기를 방해하는 저 너머의 모든 것들로부터 찰나라도 도망치기 위하여. 원하고 바라는 인간상으로 향해가는 자아를 끊임없이 마주하고 반성하기 위하여.


더해서,

이 글들이 누군가들에게 어떻게든 닿아

빠르게 달리는 기차 같은 그네들 인생 속, 차창 밖 순간 보이는 장면이 되어 잠시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면.

나는 그 풍경 속,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해온듯한 조막만한 바다마냥 행복해하며 계속해서 잔잔히 물결을 일으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