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몽소다

병영 만사 요지경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람 마음은 반 길 속도 모른다

by 재영

주특기 관련 시험에서 군단 1등을 해서 군단장님 표창을, 대대 모범장병으로 대대장님 표창을 받은 저는, 사실 불량 병사입니다. 징계를 받아서 원래 있던 부대에서 전출을 갔으니까요. 오늘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의 군 생활을 간략히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처음에 대대 상황병이었습니다. 군기도 바짝 들어있었고, 학력이 우수하다 보니 여러 간부님들이 탐내 하신 탓에 혼란했던 잠깐의 시기를 보내고 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정리해서 부대 일지를 작성하는 상황병이 되었죠. 저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8명의 선후임과 함께 나름 사이좋게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상황병들에게는 특별한 휴가 제도가 있었는데, 개인 정비 근무 시간 36시간을 채우면, 위로 휴가 하루로 바꾸어주는 ‘마일리지’ 제도가 그것입니다. 다른 용사들이 편히 쉬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상황병들은 상황근무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간부님들의 배려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평일 개인정비 시간은 2시간, 주말은 12시간이 인정이 되었기 때문에 한 달에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는 근무 시간은 대략 130시간 정도입니다. 8명이 공평하게 이 근무시간을 나눠가진다고 가정하면 한 사람당 한 달에 마일리지를 16시간 정도 쌓을 수 있고, 대략 두 달에 휴가를 하루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상황병이 네다섯 명이었을 때는 한 달에 휴가 하루 꼴이었는데 반 이상으로 줄어버렸으니 마일리지로 휴가를 벌기에는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양이 적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저만한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어느 날, 제 앞에는 십여 장의 진술서가 놓이게 되었고, 그때로부터 세 달 전쯤에 후임에게 ‘앞으로 같은 분과 선임이 집합 시간을 전파 못 받았을 때는 네가 알려주어야 한다.’라고 제 입장에서는 아주 상식적인 교육을 했던 일에 대해서 적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위반 항목은 ‘분대장 외 병 상호 간 지시, 간섭’이었습니다. 휴가 3일 제한이라는 징계를 받았고, 매우 억울했지만, 국방 헬프콜의 힘은 강력했으므로 저는 다른 부대로 적을 옮겨야 했습니다. 상대의 입장도 있을 테니 더 이상 자세히는 이야기하지 말도록 하죠.


이후, 원래 부대에서 친했던 전우들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너 날린 후임이 동기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마일리지’도 더 쌓을 수 있게 됐고, 너가 가서 자기가 분대장을 잡을 테니 분대장 위로 휴가도 받을 수 있어서 개꿀이라던데. 맘 같아서는 선임 몇 명 더 날리고 싶은데 티 날까 봐 그런 짓은 못하겠다더라.” 지난 29년 살아오면서 사람 때문에 속도 많이 곯아보았지만 참 배신감이 들더군요. 누가 봐도 저랑 친한 사이였고, 같은 동아리에 평소에도 붙어 다니며 흡연부터 테니스, 축구 등 함께 하는 활동도 많았던 후임이 그런 이유로 저를 다른 부대로 전출 보냈다는 것에, 정말 사람 속은 알 길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다행히도, 옮긴 부대에서 관측병이라는 새로운 병과에 배치되어서 전방에 GP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GP는 DMZ 안에 있기 때문에 참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GP에서 보낸 10일은 휴가 하루가 되고, 한번 올라오면 보통 두 달 정도 타기 때문에 6~7일 정도의 휴가를 벌 수 있습니다.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도 얻게 되고, 그래서 많은 용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죠. 또, 위에 적었듯이 관측 주특기에 대한 시험에서 1등을 해서 군단장님 표창과 휴가 5일을 포상으로 받았고, 옮긴 부대에서 정말 ‘전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랑하는 선후임 동기들을 만나서 즐겁게 생활하다 보니 한 달에 한 명 뽑는 대대 모범장병에 선정되어 대대장님 표창과 휴가 3일을 포상으로 더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부대를 옮기게 되어 좋아진 점을 A4지 5장은 넘게 적을 수 있을 만큼, 제게는 징계를 받은 것이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얼마 전, 이전 부대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개인정비에 근무를 들어가는 다른 용사들이 상황병의 ‘마일리지’를 질투해서 마음의 편지에 지속적으로 건의를 했고, 결국 그 제도가 없어졌답니다. 또, 이전에 분대장을 하기로 했던 선임이 분과를 옮기게 되면서 다른 선임이 분대장을 잡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저를 전출 보낸 후임은 분대장을 못 잡는다네요. 신기하게도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전 고소한 마음이 들기보다,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제가 ‘선’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워서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겠으나, 옛 선조들로부터 끝없이 전해질 어떤 교훈의 영험한 힘을 몸소 느꼈기 때문입니다. 앞일은 물론이거니와 사람 마음 또한 전혀 알 수 없으니, 저는 제 양심대로 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로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알맞은 위로와 보상이 저절로 찾아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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