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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09. 2022

[행복한 김 과장 이야기] 6화

#6

신대리는 며칠 후 그 집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적금을 깨고 여기저기 융통해 보니 계약금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연신 좋은 일이 생길 거라며 미소를 지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신대리는 흥이 났다. 한편으로는 이게 잘하는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양가에 사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안심이 되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 부동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신대리가 산 아파트도 분양가를 뛰어넘어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가의 말대로 상승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서영도 신이 나서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우리가 산 아파트가 엄청 올랐어. 호호..”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신대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에게 남편 구실을 한 것 같다. 남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움직이는 사람이 현명하다. 이 투자로 인해 신대리의 인생에 한 가닥 빛이 비취기 시작했다. 신대리가 계약한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두 배로 상승했다. 기한에 상관없이 전매가 가능했기에 계획대로 두 채 모두 좋은 가격에 매도했다. 

신대리는 그 돈으로 예전부터 관심을 갖던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아직 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은 곳이라 좋은 가격에 매수했다. 전세를 끼고 샀지만 1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재건축은 향과 동이 큰 의미는 없지만 로열층으로 선택했다. 분양권 강의를 들었던 신대리는 점찍어둔 신도시의 분양권을 매수했다. 

서울에서 조금 먼 경기도였지만 교통 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이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부동산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매수는 남들이 관심 없을 때 하고 매도는 남들이 열광할 때 하는 것이 좋다. 

재건축 아파트는 신대리가 산 이후 점점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안전진단이 통과되면서 사업 진행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관리처분만 통과하면 시세는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신도시에 투자한 분양권 역시 매수자가 몰리면서 피가 붙었다. 원하는 가격이 되자 신대리는 다음 투자를 위해 목표가에 도달하자 미련 없이 매도했다.

이제는 거주를 위해 서울에 있는 중형 아파트를 매수했다. 역시 만 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재건축 이슈도 있는 지역이었다. 조금 거주하다 보면 좋은 뉴스가 나올만한 지역이다. 경매 열풍으로 낙찰가가 높아져서 급매로 매수했다. 

투자를 시작했을 때 반지하 전세였던 신대리는 3년 만에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거의 10억대의 자산가로 발돋움한 것이다. 신대리가 이렇게 투자에 성공을 거두자 사내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무용담이 그것이다. 

김 과장의 귀에도 신대리가 부동산으로 재미를 봤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김 과장은 신대리와 비슷하게 반지하 빌라로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자 별안간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빌라 전세를 살고 있는데 이게 뭐람?”

갑자기 밤을 새워서 하던 게임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신대리의 성공담은 김 과장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주었다. 속이 불편해진 김 과장은 친구와 함께 술 약속을 잡았다. 사내 친구 홍 과장은 김 과장과 나이도 동갑이고 코드가 맞아 자주 어울린다. 오늘은 김 과장이 좋아하는 치킨집에서 폭탄주로 시작을 한다. 얘기하던 중 신대리의 성공담이 화제에 올랐다. 

“신대리 그 사람 평소에는 말도 별로 없고 굼뜨게 보였는데 대단하네”

홍 과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야. 언제 부동산 공부를 그렇게 하고 다녔지?”

두 사람은 그렇게 몇 마디를 했지만 결국 쓸데없는 뒷담화만 늘어놓다가 시간을 보냈다. 술이 적당히 오르자 김 과장은 습관대로 2차를 가자고 했다. 오늘은 곧바로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불렀다. 김 과장은 자신의 18번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불렀다. 모두 잘 부른다며 기립박수를 쳤다. 김 과장은 신이 나서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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