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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08. 2022

[행복한 김 과장 이야기] 5화

#5

<신대리의 집>

신대리는 김 과장의 직장동료다. 그는 요즘 부동산 공부에 푹 빠져있다. 오늘도 퇴근하고 서점에 들러 책을 본다. 결혼 후 반지하 빌라에 살고 있었던 신대리도 내 집 마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옆집 아줌마가 청약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 열정을 갖게 되었다. 퇴근하면 인터넷으로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보느라 열심이다. 부동산 카페에 가입해서 열심히 강의도 들었다. 관심 지역에 임장도 가서 아파트 조사를 하는 것도 취미가 되었다. 오늘도 관심을 갖던 지역에 가서 부동산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저.. 이 동네는 살기 어떤가요?”

부동산 사장님은 살기 좋다며 좋은 물건이 있다고 한다. 신대리를 보자 신이 나서 벽에 걸린 대형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여기는 역세권이라 출퇴근하기도 좋고 신축 대단지라 아이들 키우기도 좋아요.” 

“근처에 학군은 어떤가요? .”

“초, 중, 고 다 있고 명문대 진학률도 좋아요.”

“시장이나 마트는 있겠죠?”

“대형마트도 5분 거리에 있고 동네 마트도 여러 개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공원도 있고요." 

IMF 외환위기가 아직 남아있던 시절이라 부동산 경기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지금이 기회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신대리는 확신을 갖고 오직 자신의 종잣돈으로 살 수 있는 지역만 물색했다. 일단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방점을 찍었다. 미분양이 많아서 사실 좋은 조건으로 살 수 있는 매물이 많은 시절이었다. 

며칠 후 신대리는 아내 서영을 불러 의논을 했다. 

“자기야 이것 좀 봐. 신축 아파트인데 미분양이 났어.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도 무이자야.” 

“현장 답사는 한 거지? 전철역은 가까워?”

“당근이지. 마트도 많고 학군도 좋아.”

서영도 구미가 당기는지 컴퓨터에 뜬 화면을 유심히 쳐다본다. 

“내가 보기엔 좋아 보여.”

“그래? 주말에 같이 한번 가볼까”

“오케이~ 그럼 아이들 데리고 같이 가자구”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이 왔다. 신대리 가족은 새벽에 일어나 중고차를 타고 아파트로 향했다. 마침 가을이라 길가에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서영이 환호성을 질렀다. 

“자기야 꽃이 참 예뻐”

“그러네 경기도라 다르다.”

분홍색, 하얀색으로 곱게 핀 코스모스가 마치 신대리를 환영하는 듯 보였다. 서영과 두 살 된 아이도 신나서 연신 창밖을 쳐다본다. 부동산 사장님과 만나 아파트 내부를 보러 갔다. 그 집에도 신혼부부가 사는지 아이들 장난감이며 기저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른 건 보지 마시고 구조만 보세요. 하자가 있는지 보시고요."

사장님이 주의할 점을 알려줬다. 서영은 싱크대와 화장실을 주로 살폈다. 신대리는 넓은 거실을 보며 만족했다. 32평이라 그런지 신대리의 빌라와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났다.

"잘 봤습니다."

집을 보고 나온 신대리는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사실 집의 구조를 보기 위해 온 것이라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런 경험도 해야 다음 집을 살 때 큰 도움이 된다. 

부동산 강사가 알려준 신축 아파트를 알게 된 신대리는 일단 입지를 조사했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곳에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여서 마음에 들었다. 일단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다. 

서영도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주말이면 같이 움직인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신축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다. 

건설사는 대기업 H사 브랜드인데 잘 짓기로 소문난 곳이다. 회색빛 아파트가 벌판에 세워지고 있으니 신대리 눈에는 좀 썰렁해 보인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포클레인과 화물차가 왔다 갔다 한다. 아내는 아이를 업고 흙이 묻을세라 조심조심 걷는다. 가건물에 세워진 모델하우스가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서 담당자의 안내로 구경을 하며 신대리는 일단 경계하는 눈치다. 처음 모델하우스에 들어온 촌놈이기 때문이다. 아내도 신대리처럼 어디를 봐야 되나 몸을 배배 꼬고 있다. 둘이 그렇게 하고 있자 분양상담사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구십도로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신대리가 인사를 받는다. 

“여기 앉으세요. 커피 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신대리와 서영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상담사는 탁자에 커피를 내놓더니 팜플렛을 주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 아파트 잘 빠졌는데 한번 구경해 보세요. 여기가 24평이고 저기는 32평이에요”

여자 상담원은 두 사람을 리드하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신대리는 싹싹한 상담사에게 호감을 느꼈다. 

“여기는 만 이천 세대가 들어올 예정인데 저희 브랜드가 제일 좋아요.” 

“먼저 분양하는 곳이 분양가가 싼 것은 아시죠? 나중에는 더 비싸져요.”

“그런가요?”

신대리는 남보다 먼저 왔다고 하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 서영도 좋아하는 눈치다. 일단 중도금 무이자에 계약금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좋은 조건에 신대리는 미소를 지었다. 

“로얄층이 아직 더 남아 있는데 한 채 더 하실래요?”

“그래요?”

신대리는 상담직원의 말에 욕심이 났다. 생각해 보니 적금 부은 돈을 깨고 어떻게든 융통하면 계약금을 마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한번 생각해 볼께요.”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향도 좋고 상가 앞이라 선호하는 곳이에요. 여자들은 상가가 가까워야 좋아하죠.” 

“맞아요 저도 애 데리고 장 볼 때 힘들거든요.”

서영이 옆에서 맞장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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