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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04. 2022

[행복한 김 과장 이야기] 2화

#2

김 과장이 살던 반지하 옆집에는 어떤 아줌마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현숙이 호들갑을 떨었다.

“글쎄 옆집 아줌마가 앞에 그 연립 있잖아. 그거 샀대!”

“그래? 그 낡은 걸 왜 사?”

“아파트로 새로 짓는다나 봐.”

“그래? 새로 지으면 돈 좀 벌겠다.”

“우리도 할걸 그랬어. 투자금도 별로 안 들었다는데..”

현숙은 부러운 듯 말에 여운을 남겼다. 김 과장도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투자금을 마련할 엄두나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냥 어물쩍 넘어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그 후 몇 달이 지나갔다. 아줌마가 샀다는 연립주택에 가림막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조그만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다. 옆집 아줌마는 신이 나서 현숙에게 자랑을 했다.

“드디어 공사가 시작인가 봐. 새 아파트에 들어갈 것 같아. 호호..”

현숙은 그 소리를 듣고 퇴근한 김 과장에게 말했다.

“어휴.. 우리도 좀 대출 좀 받아서 할 걸 그랬나 봐. 아줌마가 아주 신이 났어.”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우린 돈도 없잖아.”

“에구.. 그래도 부럽네.”

김 과장은 된장찌개가 맛있다며 화제를 바꿨다.

“찌개가 아주 구수한데... 나는 감자가 좋으니까 많이 넣어야 돼.”

“오늘 된장은 우리 엄마가 준 걸로 끓인 거야.”

“장모님 덕분에 맛있게 먹네..”

배부르게 먹고 난 김 과장은 언제나처럼 컴퓨터에 가서 게임에 접속했다. 팀원들은 벌써 접속해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다들 열심이군. 나도 빨리 레벨 올려서 고급 사냥터에 가야지..”

김 과장은 고렙이 되어 비싼 아이템을 줍는 게 목적이다.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게임머니를 벌기 위해서다. 게임에 몰입할 때 세상 걱정과 근심은 저 멀리 사라졌다.

얼마 후에 옆집 아줌마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대신 어떤 가족이 새로 이사를 왔다. 그 집도 역시 중년의 부부와 아이가 있었다. 그 집 아줌마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청약통장을 붓고 있었는데 얼마 후에 신축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다며 이사를 가버렸다. 불과 1년 사이에 두 집이 그렇게 이사를 갔다.

김 과장은 서울지역에 청약을 두 번 넣었다가 떨어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뉴스에서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그러다가 B동에 가서 아파트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모은 종잣돈으로 살수 있는 아파트는 18평이 고작이었다. 그마저 잔금은 월세 보증금과 대출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도 서울에 처음 장만한 김 과장의 첫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를 사고 기분이 좋은 건 잠시뿐이었다. 한 달 후에 세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방에 보일러가 터져서 물이 한강이라고 한다. 가서 보니 정말 방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업자를 불러 수리했더니 30만 원이 들어갔다. 

"주인 노릇도 힘드네.."

김 과장은 푸념을 했지만, 그래도 집주인 대접을 해주는 세입자에게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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