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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06. 2022

[행복한 김 과장 이야기] 3화

#3

김 과장은 결혼하고 2년이 되던 해에 갖고 싶었던 컴퓨터를 사게 되었다. 처음 컴퓨터가 들어오던 날 김 과장은 신이 났다. 작은방에 마련한 책상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았다. 당시에 인기 있던 브랜드 컴퓨터였다. 며칠 동안 인터넷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동안 여기저기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게임을 알게 되었다. 테트리스부터 여러 가지 게임이 있었다. 그중에 김 과장의 시선을 끈 것은 당시 인기가 있던 L 게임이었다. 게임은 김 과장에게 새로운 신세계였다. 게임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면서 게임 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캐릭터 중에 특히 마법사가 마음에 들었다. 각종 마법으로 몬스터가 죽는 것이 신기했다. 

게임을 하려면 채팅도 필요했는데 타자를 전혀 못 치는 김 과장은 당연히 눈팅만 했다. 채팅을 못하니 답답해서 손가락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글 타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1분에 300타까지 실력이 늘었다. 당시 유행하던 채팅사이트에 들어가서 실력을 키웠다. 

어떤 대화방에 들어갔는데 채팅을 빛의 속도로 하는 친구가 있었다. 진짜 말 그대로 말하는 속도와 타자가 비슷했다. 아마 1분에 천 타 이상 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이런 고수가 있구나."

김 과장은 그 친구와 대화를 끝으로 채팅 사이트에서 은퇴했다. 더 이상 실력은 안 늘었고 이제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타자 실력은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만든 김 과장의 캐릭터는 아무런 무기나 장비가 없어 빈약했다. 장비 창을 겨우 찾아서 열어보니 단검 한 자루가 들어있다. 양초 한 개가 덤이다. 

“쳇 .. 이게 뭐람”

김 과장은 툴툴거리며 단도와 양초를 장착하고 사냥터로 나갔다. 김 과장처럼 초보 캐릭터들이 허수아비를 치고 있었다. 일단 레벨을 올리기 위해 기를 쓰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10레벨이 넘었다. 이제 작은 몬스터를 사냥해서 기본 장비를 살 돈을 마련한다. 그렇게 빠져든 게임은 김 과장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패천검’

천하를 검으로 쟁취한다는 뜻인데 김 과장의 마법사 캐릭터다. 원래 요정 캐릭터를 하다가 바꾼 캐릭터다. 

오늘도 김 과장은 휴일을 맞아 건넌방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혈맹에 가입해서 팀원들과 조금 난이도가 높은 사냥터로 팀플을 가는 중이다. 정신없이 사냥을 하다 보면 밥 먹는 시간도 놓치기 일쑤였다.

“패천검님. 장비가 좀 약한 것 같네요.”

김 과장의 마법사 캐릭터가 자주 휴식을 취하자 팀원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아직 장비가 좀 구려요 ㅎ”

“저도 현질 좀 했어요. 님도 장비 좀 맞추심 좋은데..”

“그럴까요 ㅎ”

팀원의 말에 자극을 받은 김 과장은 다음날 진짜 현금을 투입해서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장비를 시험해 볼 겸 사냥터에 가니 사냥 시간이 늘어났다.

“햐~ 역시 장비가 좋아야 한다니까” 

김 과장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아이템을 찾아 사냥터로 향한다. 귀한 아이템을 얼마 전에 사냥으로 얻었다. 그 덕분에 장비를 더 업그레이드했다. 혈맹의 동료가 부러워한다. 

“오늘도 아이템 하나 주면 좋겠다 ”

늘 가던 사냥터에서 신나게 사냥을 하고 있는 김 과장, 그때 갑자기 컴퓨터 앞에 웬 아줌마가 나타났다.

“어? 뭐야. 저리 비켜” 

“그만 안 해! 게임중독도 이혼 사유에 들어가는 거 몰라?”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아내 현숙이었다. 눈에는 독기가 올라있다. 하지만 김 과장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캐릭터가 죽을까 봐 비키라고 난리를 쳤다.

똑!

현숙은 손가락으로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러버렸다.

“악!”

김 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나 참....”

김 과장은 망연자실, 넋이 나가버렸다.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면 캐릭터가 죽어버리기에 갑자기 경험치 10%가 다운된다. 잘못하면 장비를 떨굴 수도 있다. 김 과장은 잠시 후에 현실을 파악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어. 안 하면 될 거 아냐”

현숙은 그제야 모니터 앞을 비켜주었다. 

“빨리 밥이나 먹어. 아까부터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김 과장은 쓰린 속을 움켜쥐고 앞서 나가는 현숙의 머리 뒤에 대고 주먹을 휘두른다. 

"아이고 내 경험치..”

다음날 몰래 새벽에 게임에 접속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고급 장비인 망토 하나가 없어지고 경험치도 10% 다운되어 있다. 

“언제 또 회복하냐 젠장..”

마누라가 웬일로 성질을 부렸을까 짱구를 굴려본다.

“저번에 피아노 때문에 싸워서 그런가?” 

딸아이가 피아노를 싫어하는 것 같아 그만두라고 했더니 현숙과 말싸움이 난 적이 있었다. 현숙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 현숙은 평소 초등시절 피아노 못 배운 게 한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휴 짜증 나. ”

김 과장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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