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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퇴원

by 온유

이번주 수요일엔 어머니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벌써 퇴원한 지 10일 정도 지났고요. 완전히 다 나아서 퇴원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병원 생활을 너무 힘들어하셔서 급하게 나왔습니다. 그래도 웬만한 정밀 검사가 끝나고 병명이 밝혀진 상태예요. 약물 치료와 더불어 음식 섭취를 조금씩 하던 찰나였는데, 혹시 모르니 마음 같아선 안정을 좀 더 취하고 나왔으면 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네요.


어머니의 병명은 '식도 과수축'과 '기능성 위장 장애'라고 합니다. 그동안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고 턱 막혔던 이유가 식도 아래쪽이 과하게 수축이 일어났기 때문이었어요. 입원하기 전까지 죽과 물조차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마침내 잘 이해 됐습니다. 이 증상은 약물 치료만 잘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문제는 '기능성 위장 장애'였습니다. 엄마의 가장 큰 고통은 하루 종일 '속 쓰림'이 동반된다는 거였는데, 표현하기로 "위에서 불이 난다", "타 들어가는 것 같다", "미칠 듯이 아프다" 등이었습니다. 아무리 병원에서 지어준 재산제를 먹고, 좋은 한약을 마시고, 민간요법을 써보고, 음식을 조심하는 등 별의별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아무 소용없었고 상황은 더 악화됐으며 결국 응급실까지 가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었죠.


그러나 이 병은 실제로 위산과다나 역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정밀 검사 데이터로 봤을 때 위산 분비는 일반인과 똑같이 나왔습니다.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하셨어요. 결국 우리 뇌가 고통을 느끼고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서운 병이에요. 증상은 없지만 실제 통증을 느끼니까요. 차라리 물리적인 문제가 있어서 제거를 할 수 있으면 모를까, 심리적인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일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닙니다.


그래도 국내에 이런 환자들이 꽤 있다고 해요. 일단은 정신과 약물 치료와 더불어 현재 현상에 대해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지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결국 안정을 취하고 꾸준한 노력과 더불어 환자의 의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가족들의 배려도 많이 필요하고요.


저 개인적으론 돌봄과 일 사이의 그 경계에서 나를 지키는 일이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어머니의 상황은 일촉즉발이었고 일은 마감이 정해져 있는 제가 꼭 완수해야 하는 것들의 단위였기 때문입니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발을 잘못 헛디뎠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절박함뿐이었어요.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그 과정 속에서 가족들과 감정이 격해져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순간,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매 순간 긍정적인 생각과 더불어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 그 기본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걸음마를 떼고 계세요. 비록, 언제 회복될지, 정말 나을 순 있을지, 어느 것도 장담할 순 없지만, 살기 위해서 매일같이 부단히 노력 중이십니다. 이 작고 힘든 발걸음 위해 부디 생각나시거든 기도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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