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은 9월 11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새로운 글을 막 올린 터라 많은 분들에게서 한참 라이킷을 받고 있었죠. 마침 알림 창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 여는 때처럼 어떤 분이 댓글을 남겨주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특이한 내용의 알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오잉? 이게 뭥미? 분명 '제안하기' 버튼 구경은 많이 했어도,"이게 정말 작동은 하긴 하는걸까?", "혹시 내 이메일 주소의 철자 하나가 빠진 것은 아닐까?", "마지막 '@daum.net'이 '@daum.com'으로 바뀐 건 아닌지?" 등 별의별 쓸데없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상 속에만 있던 제안이 정말 현실이 된 것입니다! 전광석화처럼 저의 Daum 계정에 접속해 보았습니다. 나도 드디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강의가 제안이 들어온 것인가?? 도대체 뭐지??? 하며 너무 궁금해하였습니다. 브런치 팀으로부터 이메일이 실제 들어와 있었고 내용을 보기 위해 잽싸게 광클릭을 하였죠. 내용은 아래 캡처 사진과 같습니다.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니, 경기도 동탄중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으로부터 온 제안이었습니다. 즉, 이 친구는 현재 학교에서 IDC(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라는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학술 동아리를 하고 있었고 저에게 '국제협력'이나 '개발경제'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하! 저의 구독자분은 아니었지만 평소 제가 쓰고 있는 아프리카 세네갈 관련 해외봉사 이야기를 읽으셨던 모양입니다. 출판이나 강연 형태의 제안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꿈나무들이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니, 이거 완전 파인, 땡큐! 앤 쥬? 아니겠습니까.(히히) 저는 기쁜 마음에 흔쾌히 허락하며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읽지 않음 상태
그런데 이건 웬걸, 무슨 사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금요일에 보낸 답장은 주말이 돼도 '읽지 않음' 상태 그대로 있더군요. "그래, 뭐 주말이니까 쉬는가 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 화요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점점 초조해지면서 "이 친구가 브런치에 등록한 이메일에 혹시 문제라도 생긴 걸까?", 아니면 "내가 쓴 글 중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발견된 걸까?" 등 온갖 걱정을 하며 혼자서 발만 동동 거렸습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인데, 이대로 끝나버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죠. 하지만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기에, 반 포기 상태로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안하기 요청은 점점 저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던 차에 목요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아무 기대감도 없이 Daum 이메일에 접속하였는데, 근데 이건 뭥미? 이번엔 진짜 그 친구로부터 답장이 와있었습니다! 놀랜 가슴에 숨도 쉬지 않고 내용을 급하게 읽어 보았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메일을 늦게 보내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에고, 다행히 연결된 것만으로 저는 이미 모든 용서가 끝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인터뷰 질문지를 받게 되었고 질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
분명 처음에 제안하기에서 "거창 한 건 아니다", "시간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 했었는데, 질문의 내용과 수준을 보니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생각이 나더라고요.그게 무슨 뜻이죠? 새빨간 거짓말..ㅠ난이도가 상,중,하가 있다면 최소한 '중상' 이상의 질문들이었습니다. 2,3번은 저의 봉사활동 경험을 묻는 질문이었기에 그나마 접근이 쉬웠지만 나머지 3개는 기업 분석, 학문적 지식 그리고 실질적 진로 설계를 요하는 질문들이었죠. "요즘 고등학생 친구들이 이 정도로 수준이 높은가?"라며 혀를 내두르고 혼자 감탄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이런 자발적 학습 동아리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말이죠.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레드벨벳 빨간 맛 포스터, 저는 아이린을 제일 좋아합니다(TMI)
물론 답변을 간단하게 쓴다면 금방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워낙 완벽주의와 꼼꼼하기로 소문난 저는 예전에 썼던 글들을 참고하여 짜집기와 저의 의견을 피력하며 진짜 저녁도 안 먹고 거의 7~8시간을 온전히 컴퓨터 앞에서 매우 열심히 작성했습니다. 무슨 논술 시험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크크) 근데 확실히 파편적으로 나뉘어있던 저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생각들이 한 곳에 집약적으로 모아지는 경험을 하며 덕분에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역시,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운다더니. 딱 맞는 말이더군요!저의 인터뷰 내용이 귀한 곳에 쓰일 수만 있다면 가문의 영광입니다.(히히)
글을 맺으며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으로 '제안하기'라는 요청을 받은게 너무 신기했지만, 동탄중앙고 IDC 동아리 학생분들을 알게 되어 무지 행복하고 저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제가 걸어왔던 길을, 벌써부터 관심을 갖고 애써 찾으며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작가란 결국 독자들에게 "나의 '삶의 발자취'를 내보이고 이것을 잘 보고 따라올 수 있도록 '밝은 등대'가 되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 unsplash
그래서 그들의 발걸음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저는 오늘 하루도 더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와 책임이 생긴 것이죠. 그렇게 조금씩 '성숙한' 작가가 되어가나 봅니다.(히히) 많은 것을 일깨워준 그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으로 잘 성장하길 기원하고 지속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동탄중앙고 IDC 동아리 학생 여러분, 모두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