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하지 않으면 관계는 멀어진다
얼마 전, 남편 친구 부부한쌍과 싱글인 친구 한 명, 우리 부부 이렇게 5명이 서울 근교로 여행을 갔다.
남편의 절친들로 3년 넘게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는 조합으로 사실 나는 그리 편하지는 않지만, 그의 행복을 위해 떠났다.
신이 난 남편은 전날 밤 나에게 “기분 좋게 놀다 오자! “라며 볼뽀뽀까지 웬일로 해주더라. 웃겼지만 보기는 좋았다. 근데 그 여행에서 나는 남편의 행동과 태도에 엄청나게 상처를 받아버렸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12시 반쯤 도착.
장소는 그 지역에 유명한 브런치카페였다. 점심시간이라 이미 그 동네 어머니들로 자리가 없었던 상황.
배가 고픈 나는 재빨리 다른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는데 브런치카페는 저녁을 거하게 먹을 생각이었던 남편의 선택지였고, 근처에 막국수, 백숙, 파스타를 찾아서 말했더니 갑자기, 버럭 나에게 짜증을 냈다.
“아, 간단히 먹고 싶다고!”
그 순간 남편 친구들은 남편 쪽으로 우르르..
나를 등지고 섰다. 마치 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정말 짜증이 났다. 저녁을 얼마나 거하게 먹으려고 저러는 것인가. 순간 나를 벽처럼 등진 친구분들을 보며, 남편 친구 모임에 꼽사리 낀 방해꾼이 된 느낌이었다.
결국, 남편 바람대로 브런치카페 자리가 나.
오픈샌드위치 하나, 샐러드 하나를 남자 셋과 여자 둘이 나눠먹었다. 배고파서 화가 나는데 꾹 참았다.
숙소 입실은 3시. 덥다고 저녁 준비는 6시 반부터 하시더라.. 기운이 없어 쫄쫄 굶으며, 침대방에 누워있었다. 펜션에 놀러 가서 3시간 넘게 방에서 대기만 탔다. 남편 친구들은 와이프들은 방안에 두고 자기들끼리 영화를 봤다.
남편한테 서운한 시간들에 연속이던 중.
결정적으로 상처 입은 건 돌아가는 차 안에서였다.
다 같이 탄 차에서 남편이 장난을 치는데 ”멍청이“, “여기 내려서 걸어와” 같은 친구에게나 할만한 심한 말들을 나에게 쏟아냈다. 순간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네가 해“라던지. ”꺼져 “라는 거친 표현이 튀어나왔다.
그 와중에 남편 친구는 자기 와이프 어디가 불편하진 않은지. 졸리면 좀 자라던지. 챙기고 있었다.
당연히.. 서로 비교가 되고 서러웠다.
분위기 싸해질까.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데. 싱글인 친구분이 “너 그러다 맞는다. 조심해”라고 했고, 순간, 더 수치스러워졌다. 아차..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무시당했구나.. 싶었다. 쾅.. 우르르르..
관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일로 돌아온 날.
저녁부터 저기압이 시작되었고, 남편한테 아주 짧게 기분 나빴다고 말했지만, “미안”이라는 형식적 사과를 받아도 도무지 상처가 깊어서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우울감은 심해져 새벽부터 깨어서 눈물이 났다. 남편이 달래줘도 미워서 밀어내고 옷을 입고 집 밖을 나갔다.
도무지 우울한 감정은 나아지지 않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황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한두 번은 아니라 남편한테 사과를 받아도 진심이 아닌 것만 같았고, 그날의 상황을 극히 일부분만 이야기했어서 풀리지 않았다. 같이 있기 힘들어서 별거도 생각나고, 지방 한 달 살기도 검색했다. 도망가고만 싶었다.
유튜브에서 부부관계에 대해 검색하고, 챗gpt에게 물어보고 계속 생각에 생각을 곱씹어 봤다. 나는 상처받았고, 전혀 괜찮지가 않은데.. 관계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만 보였다. 사람은 안 바뀐다. 정서적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들이 모두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설상가상 AI도 감정을 받아주는 남편이 아니라면, 감정을 배제하고 살거나 관계를 정리하란 조언이었다.
’정서적 이혼‘
다들 이렇게 정서적으로 포기했더니. 기대도 절망도 없었다는 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 단어로 체념하자. 놀랍게도 차분해졌다. 눈물도 화도 안 났다. 거의 헤어진 관계처럼 전혀 기대가 안되었다.
그러자.. 정서적 이혼이 답인가.
다들 나는 나. 너는 너 이렇게 사는 건가?
한참을 생각하던 중.
나는 그렇게는 못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적 친밀감 없이는 그냥 관계를 끝내야 한다 난..
그래서 남편이 듣지도 않겠지만,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한참을 고민했어. 내 말 어차피 안 듣겠지. 또 저런다 싶겠지만 나는 얘기할 거야. 왜냐면, 난 관계를 끝내면 끝냈지. 혼자 속으로 감정을 닫아버리고 살지는 못해. 너랑 잘 지내고 싶어. 그러니까 내가 느낀 이 감정에 대해 전부 말해야겠어. “라며 이야기를 해버렸다.
감정전달을 위해 평어체로 구성했습니다. 관계에 서툰 두 사람이 만나 맞춰가는 게 결혼 생활의 장점 중 하나겠죠. 이번일은 지극히 제 입장에서 쓰였지만, 분명 저의 잘못도 있었습니다.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서는 건강한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온통 우울한 부부들의 이야기만 세상에 나와서 잘 지내는 분들의 이야기들도 듣고 싶어 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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