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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IN Mar 31. 2024

오늘 날씨는 어때요?

#일상을 여행처럼  #속초 낯설게 보기



  스몰토크를 나눌 때 날씨 이야기만큼 마음 편하고 만만한 게 없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부터 매주 보는 사람, 가끔 보는 사람까지 어떻게든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때우는 게 일이 되어버린 나로서 날씨 변화는 그것이 좋든 나쁘든 기껍게 느껴진다. 서로의 가치관에 상관없이 높은 확률로 공감을 얻거나 관심을 끌 수 있고, 그러는 중에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기분이나 그날의 컨디션 등을 파악할 수도 있는 것이 날씨를 주제로 한 스몰토크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서 나갈까 말까 한 나로서는 건물 밖 날씨가 어떻든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특히 겨울 한파로 최저 기온이 영하 십몇 도까지 떨어졌다더라 하는 뉴스가 나와도 따뜻한 방 안에서 자랑스러운 온돌 문화의 혜택을 한껏 누리며 바닥에 누워 등을 지지고 있을 테니 과장 조금 섞어 말하자면 오키나와에 태풍이 온다더라, 홋카이도에 폭설이 내린다더라 같은 다른 나라 소식과 별반 다를 바 없게 느껴진다. 



  이런 내게도 미세먼지는 쉽게 넘길 수 있는 변수가 못 되었다. 수도권에 거주할 무렵에는 미세미세 어플이 검은색 ‘최악’으로 변하기 전에 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목이 아프고,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고. 오늘 컨디션 좀 안 좋은데? 싶어서 어플을 보면 어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떴고 그런 날들이 점점 더 잦아졌다. 사위가 뿌연 것은 백 보 양보해서 그러려니 하더라도, 이런 오염된 환경에 나날이 낡아가는 내 몸을 방치했다간 제 명에 못 죽겠다 하는 위기감이 찾아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말하는 걸 업으로 삼는 나로서는 일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주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래서 강원도로 이사하기 전에 가장 기대하던 것이 이것이었다. 

거기는 산이 많으니까 미세먼지는 없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도 미세먼지의 위협을 피해가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호흡이 가빠지거나 사위가 너무 뿌예서 지척에 있는 건물도 안 보일 정도까지는 아니고, 귀찮아서 공기청정기를 안 틀고 있어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사와 동시에 수명을 다한 공기청정기 필터를 주문하는 걸 차일피일 미뤄도 이곳에서의 미세먼지 농도 ‘최악’이란 ‘지금 조금 나쁘지만 오후쯤 되면 좀 괜찮을 거야.’ 정도였다.


또 미세먼지는 있어도 경기도에 있을 때와 확연히 다른 점은 햇빛이 쨍하니 내리쬐고 구름 모양이 보일 정도로 하늘이 맑다는 것이다. 어차피 미세먼지가 가려주겠지 하며 안일하게 선크림도 안 바르고 밖에 나가던 습관을 고수하면 온갖 주근깨와 기미가 얼굴을 점령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아무래도 차광 잘 되는 모자를 하나 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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