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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이 Feb 29. 2024

"네 글은 너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만들어"

미숙했던 시절 그만두었던 수필. 다시 써 봅니다.

몇 주 전, 합평에서 ‘너는 에세이를 써야 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세이를 정말 찰떡처럼 잘 쓴다고. 나는 그 칭찬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당혹스럽기도 했다. 대학 시절 들었던 말이 아직도 내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날 있던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생각 단상을 써 업로드 했다. 가령 콜라를 먹은 날에는 이런 글이 올라갔다.



GS25에서 오늘까지 1.5리터 콜라를 1+1 했다. 

어릴 적 책에서, 도로의 핏자국을 지울 때 콜라를 이용한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콜라를 마실 때마다 내 몸 구석구석을 부식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콜라에는 실제로 코카잎이 들어간다는 괴담도 공포감을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유튜브가 유행하며 알게 된 여러 건강 정보는 그게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간 콜라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나는 괜히 콜라에게 미안해졌다.


나도 그런 일을 자주 겪었다. 

직접 만나보지 않았던 사람이 나를 판단하고 싫어하는, 그런 일들. 

성인이 된 후에는 그럴 일이 적었지만 아직도 마음 한 켠에는 학창시절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가 어지러져 있다.


물론 알고 있다. 콜라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그저 나 자신의 마음이 부끄러워졌을 뿐이다.



내 페이스북을 본 친구 중 한 명이 “수필 잘 읽었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런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진솔한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네 다섯 개 정도 좋아요가 눌리고, 이따금 달리는 덧글로 이야기를 한다. 수업과 분위기에 쫓겨 진솔한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글로 하는 소통은 너무도 매력적이었고, 또 재미있었다. 그게 좋아서 이삼 일에 한 번씩은 글을 써 올렸다.


하지만 그때 나는 홀로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글의 분위기 역시 그 날의 기분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 되었다. 그때 나는 내가 어떻게 보일 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쁘면 기쁜 대로,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나를 좋아해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대여섯 개이던 좋아요가 한두 개로 줄고 덧글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는데도, 나는 ‘요즘 다들 페이스북을 안 하나 보다.’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시기에 들은 말이었다.


네 글은 너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만들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어느 시점부터 나는 잘못된 글을 쓰고 있던 것일까. 그 질문의 답을 지금에 와서야 찾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내 글이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눈치 없던 나는 그것도 모른 채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잔뜩 쓰고 있었다.



백 문장의 사랑한다는 말 보다 한 마디 가시가 더 깊이 파고들 때가 있다. 그간 내 글을 사랑해주었던 많은 말들은 모두 잊었고, 내가 뭘 잘못 했는지만 파고들었다. 이윽고 그 생각은 억울함과 분노가 되었다. 나의 일상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그렇기에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어린 생각이었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 이후로 수필을 쓰지 않게 되었다. 대신 소설을 썼다.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적당히 픽션을 섞어 글을 썼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 아니냐고 물어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더 과장된 표현과 요소를 넣어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꾸며내기 바빴다. 그러자 나는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생생한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서, 나는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 글을 쓸 수 있을지 몰라 브런치 아이디는 비밀로 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브런치 첫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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