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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이 Mar 01. 2024

겁쟁이의 사랑법

사랑해서 멀어지고 싶은, 친해졌다가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이 무서운.

나는 원래 사람을 잘 믿었다. 얼마나 사람을 잘 믿었는지, 몇 번이나 같은 패턴으로 상처받는 나를 본 친구들이 ‘너는 좀 사람을 믿지 마라.’라며 신신당부 할 정도였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사람이 다르면 믿을만 하지 않겠냐는 내 말에 돌아오는 것은 걱정 섞인 한숨이었다.


사람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누구든 믿었던 나도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건을 몇 개 겪은 후에는 사람을 쉬이 믿지 못하게 되었다. 당장 나와 웃으며 잘 지내고, 내가 힘들 때 밤 새도록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더라도 얼마든지 나를 미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그런 상황에서 내 잘못은 늘 절반 정도였다. 조금만 잘했다면 그 사람의 눈물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내 마음이 아픈 것이 절반이라면, 상대를 아프게 만들었다는 죄책감도 절반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도 나를 겪지 않은 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멀찍이 거리를 두고 친해지고 싶다 생각하지 않았다면 덜 아프지 않았을까. 그런 쓸데 없지만 떨칠 수 없는 생각들.


나와 함께 일하는 아이들을 무척 사랑한다. 각자의 목표가 있어 열심히 하는 것이겠지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함께 있을만한 곳이 많을텐데 머물러준다는 것이 고맙고, 응원해 주고 싶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늘 나와 오래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인간 관계에 서툴고, 적당히 친하다 알게모르게 멀어지는, 그리고 잊을 때 즈음 우연히 만나 다시 친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함께 있는 애들도 멀어질까 무섭다.


- 아니, 저랑 여러분이랑 나이 차이가 몇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이들 몇이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나도 안다. 나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저런 말을 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는 걸. 하지만 자칫 친해지는 것이 무섭다.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깊어 더욱 친해지고 싶지 않다.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 친해지고 싶지 않은데, 그 마음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라 사랑은 깊어져 간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애증이라기엔 증오하지 않고 짝사랑이라기엔 서로 좋아하는 애매한 관계 속, 난 그저 애들이 재밌게 웃을 만한 동화 한 편을 써 카페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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