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것도 브런치에 써도 되나?

그냥 내 감상

by 유안

오늘은 마스크를 안쓰고 봉사했더니 진짜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심지어 질문의 난이도도 높았다. 마스크 썼을땐 물어오는 분이 없어서 좀 지루할 정도였는데.. 마스크 쓰면 입이 안보이니까 물어보려다가도 주저하시게 되는건가? 봉사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른 접근용이성 차이를 연구해보고싶다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나에게 성내는 분들도 있었다. 수납을 어디서 하냐고 하셔서 배운대로 기계를 알려드리니 기계로는 하기싫다하신다. 나는 그외엔 아는게 없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봉사자라고 앉아있느냐고 호통을 들었다. 어떤분은 영수증을 발급받고싶다길래 외래 접수창구(원무과) 쪽을 알려드렸는데, 다녀오시더니 알지도못하면서 사람을 오라가라하냐고 하셨다. 왜 오늘따라 이렇게 하드한 케이스가 많았던것인가.. 암튼 죄송합니다.

한바탕 진이 빠져있는데, 어떤분이 산부인과 위치를 물으신다. 심혈관센터 외부는 잘 몰라서 찾아봐야하므로 막 찾으려던 찰나였다. 제약회사 영업직원 분이 나를 보고 씩 웃으면서 "미래관 3층!"이라고 하고 지나가시는게 아닌가. 환자분을 미래관 3층으로 잘 보내드리고난 뒤, 친절을 베풀고 사라지신 그 분의 대가없는 미소를 생각한다. 어떠한 일로 받은 위로로 또 우리는 궂은일들을 해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너무 내 인생만 궂고 고달프다고 짜증내지말자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우리 모두 나름대로의 지옥을 살아내고 있는 중일테니. 우리가 어딘가에서 예기치않게 누린 행운이 있었듯 굴곡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꼬깃꼬깃 접어뒀던 억울함을 펼쳐 날린다.

누군가에게 '입시원서 제출도 끝났는데 왜 봉사를 계속하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장황하게 답했는데, 그냥 책임감 정도로 해두고자 한다. 대단히 내가 희생적이고 착해서라기보다, 그냥 3개월 봉사하기로 계약했으니 지키고싶은 마음? 옛사람들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듯, 원래 큰일하려면 작은 약속들부터 잘 지켜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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