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나를 글 쓰게 하다

- T가 느끼는 오늘 -

by Yuan

초가을 아직은 여름의 냄새가 조금 더 느껴지는 따듯한 날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지인의 소개로 이 전시를 만나게 되었다. 지인의 한 면을 엿보았고, 관심 있어 찾은 많은 이들의 진지한 얼굴을 만났다. 그러다 이 느낌을 소개해 주고 싶은 또 다른 지인이 생각나 전시의 마지막 날 한번 더 방문하였다. 따듯하고 편안하고 또 슬프고 진지하고 치열하고 설레고 두려워하고.... 정말 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팝업이 예약을 통해 오는 곳이라 아무래도 2,30대가 많았는데, 그 속에 60대 할머니 한 분은 단연 눈에 띄었다. 실상 나만 그분을 이방인으로 보고 있었을 뿐, 온전히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는 눈빛은 별생각 없이 따라나선 나보다 훨씬 그 속에 짙게 녹아있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그 무거움을 내려놓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편안하고 구체적인 구성이었다. 이미 작가로 출간하신 분들이 어떻게 글쓰기에 접근하였는지를 소개해 주고, 키워드를 3가지 정도 정하여 그들이 어떻게 활용하였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마인드맵을 활용하거나, 매일의 주제를 과제처럼 정해주면서 글쓰기 스킬이나 방향을 제시해 준다. 다른 사람들의 책 제목을 보면서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첫 방문은, 유튜브와 인스타를 섭취한 시간이 길어서인지 오랜만에 '글' 속에 있는 것이 낯설었다. 글을 쓴 다는 것이 내 속을 끄집어내는 것이라 그 상황 자체가 부끄럽고 힘든 시간일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남을 의식하기 시작한 20살 무렵부터 더 이상 일기도 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작가가 되려고 결심하는 친구를 응원하며, 곁들인 술에까지 취해 귀가하였다.


전시마지막날 방문하였을 때는 아무래도 조금은 더 여유 있게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함께한 다른 이가 기뻐하는 모습에 뿌듯함도 한 스푼 얹고, 만약 나라면이라는 고민도 이미 해보았던 듯싶다. 입구에서 작가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니요'라고 답하고, 전시실에서 한번 참여해 보세요라는 가벼운 권유에 '네'라고 수줍게 답을 바꾼 것을 보면. 책 제목을 정하고 이야기를 정하는 시간, 오랜 고민의 시간을 지난 사람들에 비할바는 못되겠지만 오히려 순간의 고민이라는 핑계를 두를 수 있어 든든하기도 했다. 딱히 소재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일의 이야기나 생각 상황들을 기록하며 그때의 고민과 감정을 나열하기로 하였다. 나름 예민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릴 때는 친구들의 고민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내가 감정이 결여된 냉정한 사람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을 했었다. 동성 친구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축소하면 드라마나 코미디, 남자(연예인이나 지인), 점사(타로, 별자리, 사주) 정도라 생각되었는데, 나에게 그 정도의 흥미를 이끌지 못했고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면 싸움이라고 치부해 버려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는 MBTI는, T인 내가 나를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없이 많은 다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던 감정과 행동들이 분류를 기반으로 보면 더 빠르게 와닿았다. 비슷한 이유로 에세이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것을 보고 느끼는 감상이 궁금하지 않았고 나와 다른 것을 느끼는 것에 호기심 보다 의아함을 느꼈다. 같은 사람도 똑같은 무엇을 보고 매번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존재인 것이 맞나 보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진 것인지, 경험치가 쌓인 것인지, 단순히 머릿속 정보가 많아진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비록 나와 다른 생각일지라도- 충분한 근거를 갖춘 이야기일수록 즐겁게 느껴진다. 다름이 재미라는 것을, 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임을 깨닫고 있다.


'T가 느끼는 오늘'이라는 작은 글은,

두 사람의 연결 속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


2024. 10. 13

有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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