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untact)과 예술
영화를 영화관에서만 본다는 것은 옛날 일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도착해야만 몇 안 되는 상영작을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극장은 물론, 지하철, 카페, 혹은 침대 위에서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간편하게 누릴 수 있는 예술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도 있다. 어두운 상영관이 주는 몰입감, 거대한 스크린이 주는 압도감, 함께 울고 웃는 관객들과의 동질감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다. 그러나 더 많은 관객들이 더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클래식 공연도 마찬가지이다. 첫 음을 기다리는 침묵의 순간, 가슴으로 전해지는 악기의 떨림, 쏟아지는 관객들의 환호에서 오는 감동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만의 특권이다. 그러나 이동에 어려움이 있거나,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공연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에 사는 대학생인 나만 해도 공연을 보기 위해 강의 및 아르바이트 시간과 겹치지 않고, 내용이 흥미로우며, 가격이 적절한 공연을 찾아야 한다. 또한 예술의 전당에 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타고 왕복 3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분명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매번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듯, 공연을 즐기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업로드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 이상의 더욱 다채로운 온라인 경험을 상상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여러 예술 단체들이 온라인 생중계, VR 콘서트, 온라인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불가피한 상황 속 일종의 대안으로서 온라인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이루어질 더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기대해본다. 공연장에서만 공연을 본다는 것은 이미 옛날 일인지도 모른다.
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