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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안나 Feb 11.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리뷰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1월 21일 목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에 다녀왔다. 공연 전 로비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이날 공연은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새해를 맞아 길었던 슬픔은 정성껏 보내주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하이든, 교향곡 제44번 '슬픔'
루토스와프스키, '장송 음악'
쇼스타코비치, '실내 교향곡'
*현악 사중주 제8번의 루돌프 바르샤이 편곡본


  당초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소편성인 '장송음악'과 '실내 교향곡'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 지휘자 성시연이 이끈 이날 공연은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애도'라는 주제에 맞게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하이든 교향곡 제44번 '슬픔'이 연주되었다. 하이든의 슬픔 교향곡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곡이다. 제목은 '슬픔'이라 붙었지만, 음악은 생각보다 경쾌하게 시작된다. '슬픔'이라는 제목은 하이든이 이 곡의 느린 악장인 3악장을 자신의 장례식에서 연주해달라고 하여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생기있게 연주되는 와중에도 순간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날 연주에서는 연주자 간 거리 두기 때문인지 현이 잘 어우러지지 않는 듯했다. 특히 중저음부가 허전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이날 연주에는 쳄발로가 편성에 포함되었다. 쳄발로의 소리는 고전적인 느낌을 더해주었으나, 오케스트라와는 잘 융화되지 않는 듯했다.


https://youtu.be/IFzfvTFrPkE


  이날 공연의 압권은 무엇보다 두 번째로 연주된 루토스와프스키의 장송음악이었다. 이 음악은 1958년에 루토스와프스키가 헝가리 출신의 모더니스트 버르토크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했다. 공연장에서 낯선 현대음악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 있다. 이 곡이 그랬다. 음악은 첼로가 내는 의뭉스러운 음으로 시작하여,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면서 천천히 고조되었다. 악기들이 불협화음을 이루며 점점 고조되다가 어느 순간 화음이 맞아들어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이 만들어내는 낯선 조화에 온 신경을 빼앗겼다. 묘하게 어우러지는 불협화음이 불쾌감을 자아내면서도 공포스러운 느낌은 주지 않았다. 과연 장송 음악이 공포스러울 수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이 음악 역시 쇼스타코비치가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작곡한 추모곡이다. 이날은 루돌프 바르샤이가 편곡한 현악 합주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이 음악 역시 앞선 곡과 비슷하게 첼로를 필두로 느리고 조용하게 시작된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었지만 곡의 부분 부분에서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민속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은 이날 연주된 곡 중 가장 볼륨이 크고 웅장했지만, 계속되는 비슷한 분위기 탓인지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전체 다섯 악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곡의 특성상 더욱 집중하기 어려웠다.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RP 구역 관람)




  두 시간 내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연주를 이끌어나가는 지휘자의 끈기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성시연 지휘자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그의 자신감과 리더십,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새해를 맞이하여 추모곡 연주를 기획한 그의 뚝심마저 읽을 수 있었다. 긴 팬데믹 상황 속에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정성스레 위로하는 성시연과 서울시향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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