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롯데콘서트홀
첫 음부터 귀를 사로잡는 매끈한 현
나비처럼 팔랑이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손끝을 따라 비단길이 펼쳐진다
멜로디 외의 모든 것은 제거되고 음악만이 귀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여러 사람이 실제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조금의 튀는 소리도 없다. 볼륨 버튼을 돌리듯 세심하게 음량을 조절한다. 그 자연스러운 변화에 듣는 이의 몸도 함께 부풀었다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그의 지휘봉 크기만큼 섬세한 연주다.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반면, 조심스러운 느낌도 든다. 때론 조금 더 감정적으로도 나와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앙코르로 연주된 '말러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에서는 보다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주었으나, 비단결 같던 현의 매력은 오히려 감소되었다.
단원들의 역량, 게르기예프의 노련함, 최고의 악기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져 세밀하면서도 매끈한 연주가 완성되었다. 누군가 좋은 연주는 듣는 이에게도, 연주하는 이에게도 아주 깔끔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치밀하게 만들어낸 차이가 결국 가슴으로 전달된다. 유난히 길었던 객석의 정적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