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 그리고 음악 간의 사랑스러운 공존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by 윱인

뜬금없지만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해보자면, 우리 집은 '음악'이라는 카테고리와 나름 큰 관련이 있다. 엄마는 음악 선생님이었고, 아빠는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음악의 여러 장르 중 클래식을 특히나 배타적으로 좋아하긴 하지만, 팝 장르도 좋아한다. 여기서 ABBA의 노래는 가족여행을 갈 때마다 메인 배경음악을 담당해왔던 음악이었다.


어렸을 때 영어 가사를 잘 알지 못했어도, ABBA 노래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는 여행의 설렘을 한층 더 느낄 수 있게 만들곤 했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꽤 자주 다니곤 하는데, 여행할 때마다 ABBA의 음악을 들었던 경험을 조금 과장해서 묘사해보자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음악과 여행이 함께 공존하는 삶이 얼마나 흥미로운 삶인지를 알게 해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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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설적인 가수 ABBA의 노래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LG 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서울에 산 지 벌써 10년 차에 접어들었고 서울의 이곳저곳을 여러 차례 이동하며 살아온 노마드(nomad) 인생이었다지만, 어느샌가 서울 동쪽에 산 시간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니, 어느샌가 서쪽 서울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날이 좋은 7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녹음이 푸르고 마치 미술관 건물 같아 보이기도 했던 'LG 아트센터 서울'에 방문하게 되었다. 객석에 입장이 가능한 시간이 되어 객석 내부로 들어가보면, '7월', '여름'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청량한 푸른색의 배경이 관객을 맞이한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1막의 시작과 2막의 시작 모두 주제곡이 긴 템포로 연주되는 방식으로 극이 시작된다. 주제곡들을 라이브 연주로 미리 들으면서 관객들은 각각의 막이 전개될 대략적인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라는 문구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 문구를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아는 맛에 절여졌던' 나는 ABBA의 노래가 나의 정체성을 형성해왔던 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곤 해도, 들었던 노래를 계속 듣고 또 듣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맘마미아>를 보기 직전까지만 해도 내가 들어왔던 명곡들을 듣는 것만으로 오늘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쉽게 단정했으나,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물론 ABBA의 명곡 메들리를 그것도 한국의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한국어로 부르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그 감동은 묵직하게 밀려오긴 했다. ABBA의 수많은 곡 중에서도 'Thank You For The Music'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2막 주제곡 연주 이후 첫 장면에서 주인공 '소피'가 부르는 'Under Attack'이라는 곡이 가장 머리에 인상 깊게 남았다.


그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뽑은 이유는 다음에 기인한다. 개인적으로 '세련된 촌스러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성을 좋아한다. '촌스러움'과 '세련됨'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기에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양립될 수 있을 때 주는 미적인 효과가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촌스러운 세련됨'보다는 '세련된 촌스러움'을 좋아하는데, 투박하고 정겨운 어떤 것이 세련된 감각으로 제련되었을때 표현되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련된 촌스러움'의 감각을 잘 구현해내는 곡이 나에겐 'Under Attack'이었다.


극의 플롯은 명확하다. 이 극은 그리스의 어느 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도나의 딸 소피는 스카이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입장 때 같이 걸어갈 아빠를 찾기 위해 물망에 오른 잠재적 아빠들(?)에게 도나인 척 편지를 보내 그 섬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이때 그 섬에 모인 세 남자와 도나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그녀는 잊고 지냈던 청춘의 기억들이 떠올라 혼란스러운 와중에, 소피는 계속 자신의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 찾는다.


이때 소피는 아무도 몰래 그들에게 편지를 보냈기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혼란스러워할 연인과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데, 그 장면에 해당하는 곡이 바로 'Under Attack'이었다. 이 장면에서, 자다가 악몽에 잠이 깬 소피는 괴로워한다. 이때 수영복 차림의 형광색 구명조끼를 입은 앙상블 배우들이 소피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둘러싸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소피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절묘하게 잘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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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람한 날은 뮤지컬 <맘마미아> 전용 응원봉을 나눠주어, 커튼콜 때 응원봉을 흔들며 같이 즐길 수 있었다. 흔히 <맘마미아> 그리고 이 뮤지컬 노래의 주인공인 ABBA의 음악은 주로 중장년 세대층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중장년의 세대들 옆에서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따라 듣고 자랐던 키즈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음악이다. 어렸을 때 무수히 들었던 그 음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또 이번에 들었던 그들의 음악이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집으로 향하는 길의 경치와 날씨가 뮤지컬 <맘마미아>만큼이나 사랑스러웠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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