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멤피스' [공연]
차별과 갈등이 만연하던 1950년대,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의 백인 청년 휴이는 '흑인 음악' 로큰롤에 푹 빠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흑인 구역인 빌 스트리트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방문해서 클럽 주인 델레이의 여동생인 펠리샤의 노래를 듣고는 그녀와 그녀의 노래를 세상에 널리 알리겠노라 결심한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결심은 극이 끝나갈 때쯤 펠리샤의 뉴욕 데뷔를 통해 마침내 실현된다.
이 극의 플롯(plot) 자체는 단순하다. 백인과 흑인이 같이 식사조차 하지 못하던 시대에, 그저 흑인 음악이 좋아서 그 음악을 따라 클럽에 들어오게 되었던 휴이는 우연히 방문한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흑인 가수 펠리샤에게 첫눈애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음악이 가진 화합의 힘 덕분에 흑인 커뮤니티에 냉소적이었던 휴이의 엄마도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되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던 꿈과 가치관이 달랐던 휴이와 펠리샤는 결국 서로 자신이 가야할 다른 길로 향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극과 관련하여 내가 다루고자 하는 지점은, 이 극의 남자 주인공인 휴이 칼 훈의 성격과 행동 방식에 대해서이다. 휴이는 굉장한 행동파다. 생각하는 즉시, 아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행동하는 것 자체가 바로 휴이의 성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행동력이 강한 사람이다. 휴이와 비교했을 때, 나는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 어떨 때는 과도하기까지 한 그 신중함이 오히려 반대급부로 작용하여 충동적인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극을 초연과 재연까지 합쳐 총 3번이나 보게 되었는데, 볼 때 마다 든 생각은 휴이의 이런 행동파적인 모습이 나처럼 극도로 신중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실천적인 메세지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휴이는 자신이 한 회사에 진득하게 다니지 못하는 것도, 뭐 하나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은 라디오 DJ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자기 확신이 꽤나 큰 사람이다. 백화점 잡화 코너에 겨우 일자리 하나를 구했지만 매일 사고를 치던 휴이는 잡화 코너 옆에 있는 라디오 DJ 부스에서 흑인 음악을 틀어 의외의 높은 수익을 내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여 분개한 백화점 사장은 결국 그를 해고한다.
하지만 휴이는 이에도 상심하지 않고, 모든 라디오 DJ 방송국 문을 계속 두드린다. 여러 군데를 전전하다가 백인 전용 방송국 WHDZ에 가서 디제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부스에 잠입하여 흑인 음악인 로큰롤을 기어코 틀고야 만다. 고소의 위기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틀었던 노래가 크게 대박을 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휴이의 선곡은 정말 통했던 것인지, 각지에서 이 방송국에서 방금 튼 노래가 무엇인지, 지금 이 노래를 선곡한 디제이는 누군지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게 된다.
'이게 될까?' 이렇게 하면 저런 점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며 이것저것 재다가 시작도 못할 때가 많은 나에게, 떠오르는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휴이의 모습은 마치 어느 운동화 회사의 핵심 슬로건인 'Just Do it!'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휴이 버전으로 변형하면 'Just Huey it!'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트는 곡마다 대박을 내는 휴이는 WHDZ의 정식 디제이가 되자마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펠리샤의 신곡을 세상에 들려주기 위해서, 이번에도 역시나 또 그만의 방식으로 예고도 없이 라이브로 그녀의 신곡 'Some Day'를 그녀가 부르게 한다. 그 덕분이었는지 펠리샤는 멤피스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노래를 부를 생각이 없냐는 제의까지 결국 받는다. 그러나 멤피스에 남고 싶은 휴이는 자꾸만 멤피스 밖으로 더 큰 곳으로 떠나려는 펠리샤를 붙잡는다.
휴이가 펠리샤를 붙잡는 명분은 이러했다. 사실 뉴욕 방송국의 사장은 화제성이 있는 휴이와 펠리샤만을 방송국으로 데려가고 싶어 했을 뿐, 언더 그라운드 클럽 출신 흑인 백댄서들은 모두 백인 댄서들로 교체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휴이는 이를 보고도 뉴욕으로 가려는 그녀를 향해 그건 흑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며 비난하지만, 펠리샤는 이 방식이 자신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만의 방식이라 외친다. 둘 사이의 이러한 팽팽한 대립이 계속 유지되던 어느 날, 방송국 사장이 휴이와 펠리샤 둘 사이를 공적으로는 공개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이가 라디오 생방송에서 펠리샤의 입을 맞춰 버린 사건은 결국 이 둘의 관계에 금을 가게 하고야 만다.
앞에서 이야기했을 때는 휴이의 행동력이 강한 모습을 좋게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런 그 역시도 결코 완벽하지는 못했다. 자기 확신이 강했던 만큼 그는 극 후반부에 갈수록 고집스럽고 완고한 모습을 보인다. 더 큰 방송국에서 일하게 될수록 그곳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아질 터인데, 방송국에서 입으라고 한 점잖은 양복을 장의사 옷이라며 한사코 입기를 거부하는 그의 모습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답지 않은 일은 죽어도 하기 싫다며 떼를 쓰는 휴이에게, 엄마 글래디스가 훈계에 가까운 중재를 한 덕분에 겨우 양복을 입긴 하지만 머지않아 생방송에서 이 장의사 같은 옷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탈의를 감행해버리고야 마는 휴이였다.
그렇기에 'Just Do it' 혹은 'Just Huey it'이라는 이 구호 역시 부분적으로만 삶의 신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골똘히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생각을 실천으로!'라는 대비적인 구호가 주기적으로 나에게 덧붙여져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휴이처럼만 행동하다간 또 너무나 큰 자기 확신에 경도되어 무작정 행동하다가는 주위 사람들 모두를 잃어버릴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펠리샤의 월등한 실력이 그녀가 미국의 유명한 디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였겠지만, 휴이의 그런 휴이력(Heuy力) 역시 그녀의 노래를 세상에 알리고 주위의 사람들을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생각에 잠식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때마다 부분적으로 이 구호를 외치며 실행해보기로 한다.
"JUST HUEY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