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감사일기
"2021년"
아직 입에 잘 붙지 않는 이 숫자가 드디어 올해가 되었습니다.
한 한 달가량 걸릴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느덧 너무도 익숙하게 2021년이라는 말을 당연한 듯 쓰고 있겠지요. 지나온 모든 해들도 떠올려보면 대충 그랬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설레었던 신년의 하루하루도 반복과 평범함에 시들어 갔고요.
시간이 흐르며 적응되고 익숙해지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건 항상성을 확보하려는 생명체의 부단한 노력이 '안정권'에 들어갔다는 얘기니까요. 언제까지고 안정되지 않는 부표 같은 상태를 어찌 견디며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완벽한 균형'이라는 절대 상태는 자연계에는 없다는 것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가정 속에만 존재하는 가설의 세계인 것이지요. 진짜 세상은 그 누가 설계했는지 참으로 흥미롭고도 스릴 넘치게도 만들어 놓은 듯합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알을 깨는 죽음이 곧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듯, 삶은 결코 우리에게 영원히 한자리에 포근히 머물도록은 허락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때는 이토록 끝도 없이 나를 움직이도록 종용하는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웬만큼 했으면, 그 뒤로는 언제까지나 안락하게 천세 만세 보장된 삶이 기다려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건 자연계 그 어디에도 있을 리가 만무한데 말입니다.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었다면 어느 누가 가슴속에 손에 닿지도 않는 꿈을 품고 애태우며, 구질구질한 하루를 세상 눈치 보느라 마음 졸이며 살아가겠는가요? 어느 누가 새해마다 다이어리에 소망과 계획을 다시 적으며 부질없이 무너질 부푼 포부라도 다질런지요?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디자인된 존재입니다. 우리 안의 세포 하나하나, 유전자조차 쉬지 않고 분열하며 일을 하니 말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끝없이 변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안정된 상태조차 부단히 움직여야만 그것이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머물러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느 때부턴가 이런 원리가 저는 더 이상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삶의 본질과는 싸워봤자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닫고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세상과 자연은 절대적이며 무심한 상대이고, 그에 비해 저는 너무도 작고 유한할 뿐이니까요. 상대도 해주지 않는 거대한 존재에게 투덜대며 대적하는 대신, 그 원리에 순응하고 흐름에 올라타기로 하자 인생은 그야말로 아름다웠고 '핵꿀잼'이더군요.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재껴두고, 내게 할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하며 살아도 한 세상이 바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너무 많습니다. 세상에 대해 푸념하거나 성공을 의심하고 있을 시간은 도저히 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어째서 나보다 운이 좋은지를 따져보고 있어봤자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채 에너지만 낭비됩니다. 믿어보세요. 제가 정말 오랫동안 그렇게 해봤는데 그렇습니다. 후회나 원망 따위는 정말 지겹고 식상하다니까요.
벌써 마흔,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좋은 곳들을 다 가보고, 세상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만도 남은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쓸데없는 것들에는 '요만큼'도 시간을 내주지 않을 작정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마음에 들려고 전전긍긍하는 일도 이제는 결코 하지 않을 겁니다. 정말이지 한 번뿐인 이번 생을 멋들어지게 살아보고 싶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들만 챙기기에도 정신의 용량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변함없어 보이는 저 태양도 실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불구덩이 하더군요. 한시도 멈추지 않고 제 살을 태워내고 있는 겁니다. 덕분에 저는 저 눈부신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쬐며 온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두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생명의 활기로 넘치는 저 젊은 세상, 저 혼자만 아주 조금 늙었습니다. 하지만 슬픈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감동적일 뿐입니다. 살아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쳐나가 떨어질 때까지 또 활기차게 새해를 달려나가 보렵니다. 다이어리에도 한가득 플랜을 적어놓았습니다. 전부 다 이뤄내지는 못할 것을 압니다. 하지만,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해나가는 동안 저는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일상이 부지런히 수레바퀴처럼 돌아가겠지요.
영원히 닿지 않을 행복과 꿈의 요정을 좇으며 따라가는 것이 뭐가 나쁠까요? 원래부터 손에 잡기 위한 것이 아닐 텐데요. 그냥 평생을 눈앞에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는지요. 너무나 예쁜 아기의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켜보며 환희롭듯이.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원하시는 소망도 다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그 소망을 눈앞에 두고 일 년을 신명 나게 살아낼 수 있으시기를 실은 더 바라고 축복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꼭 그럴 작정입니다.
#2021년시작되는날 #40대의시작에서 #일상에의미부여하기 떠오르는태양 #감사일기 #더멋진인생연구소 #에센티아 #essentia #일상아티스트 #이번생에최상의나로살기#기적의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