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유전적으로 행복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아난다마이드(anandamide)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선천적으로 적게 분비되기 때문인데, 아난다마이드란 마라톤을 할 때 일정한 시간을 넘어서면 희열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로, 인간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이기게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이 아난다마이드가 부족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엇인가에 고도로 몰입하거나 소유와 성취를 통해서만 자긍심과 만족감에서 비롯되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오마이갓! 이거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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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느끼는 아난다마이드가 부족한 민족들일수록 부지런하고 성실한 민족성 덕분에 커다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하니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인들이 상대적으로 아난다마이드의 자연 분비가 적다고 한다.
성실하고 머리가 좋으며 눈치가 빨라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한국인들은 오늘날 전 세계 여러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근저에 깔려있는 것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라고 하니 조금은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국가적 큰 도약과 발전이 뭐 꼭 개인의 성장이나 행복과 절대적으로 연동되는 것도 아니니, 더 효율적이고 더 근면 성실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조가 내 인생을 더 신바람 나고 풍요롭게 해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역의 관계가 더욱 도드라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모두가 무엇인가에 몰두해 열심히 노력하고 성취를 이끌어내려는 사회적 분위기, 그 속에서 개인들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어 서로가 서로의 경쟁과 시샘을 한층 부추기는 거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부터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부지런히 나이가 들어가며 자기관리에 점점 더 게으름 없이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복감이나 평안이 더 증대되는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예전보다 훨씬 많이 가졌고, 더 많이 알게 되었으며, 아까운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며 인생을 조금이라도 알차고 효율적으로 보내보겠다고 난리지만, 행복의 빈도와 크기는 점점 더 드문드문 옅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이걸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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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자꾸만 문득문득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성공하는 것이고 행복해도 될 자격을 얻는 거야? 그렇게 자꾸만 고개를 돌려 남들은 대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으며 내가 그들에 비해 과연 행복해도 될 자격이 있는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선별해 목표로 삼고 언젠가 그것들만 손에 넣으면 내게도 행복이 올 거라 믿지만, 막상 가져봤자 기대했던 만족감이나 기쁨과는 조금 다른 현실. 그런 갭으로 인한 실망감이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삶에 대한 열의도 자꾸만 식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과 걱정을 다 해소하고도 남을 만큼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만 그나마 약간의 행복감이라도 느낄 수 있겠다고 해석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더 많이 가져야 할 비교 대상 자체가 끝도 없이 계속해서 레벨이 높아가기만 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아주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습성이 결국 나 혼자만의 특질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은 했 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한국인이 거의 그렇다지 않은가! 그럼 그걸로 되었지 뭐. 나 스스로가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데, 이것이 애당초 이 구역의 디폴트 세팅이라면 차라리 안심이 되기도 한다. 자, 소수를 제외하곤 누구나 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건 그냥 따질 필요도 없는 기본 조건으로 보면 그만인지 모른다.
마치 지금이 여름이라 더운 걸 뭐 어쩌란 말인가 하는 얘기와도 같은 것이다. 한국인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면 그렇게 살아야지 뭘 어쩔 것인가 말이다. 불안도가 높고 가만히 있어서는 도무지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행복해져보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뭐라도 찾는다는 것 아닌가. 무시당하거나 뒤처질까 무서워 열심히 부지런히 발버둥 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종자들이라는 건데 그걸 무슨 수로 막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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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러하다.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는 생각에 차라리 홀가분해졌다. 어차피 한국 땅에서 여생을 살 거라면 나 역시 이 틈에서 열심히 불태우며 살다 죽는 수밖에는 없을지 모른다. 가만히 있어봐야 저절로 행복하지도 평안하지도 않을 거 더 열심히 살아나보자.
결론은 또 버킹엄인가? 캬~ 나도 무쟈게 옛날 사람 (이거 알아들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ㅎ)
아난다마이드를 주사기로 몸에 주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냥 맨몸으로 때우며 살아야 한다. 어디 한 번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가보자. 어차피 '무소유' 정신을 추구하며 누르고 눌러 마음 다스리는 편보다 이쪽이 차라리 쉬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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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여태 살며 겨우 얻은 결론이라면 결국 10년 전쯤 원점으로 회귀인가?
그건 아니지.
결론만 같은 뿐, 그 속에 꾸역꾸역 내포된 함의를 어찌 몇 자 글 따위로 풀어낼쏘냐.
인생이란 또 사람이란 그리 간단치가 않을진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많은 마음 수양을 하다하다 못해, 그 노력을 차라리 성취에 쏟아 붓는 것이 나으리라고 그렇게 관점을 전환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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