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나의 힘] 소울 메이트를 만난 비혼주의자
소울 메이트를 만난 비혼주의자
비혼주의자
2014년 1월의 어느 날, 서른 셋의 나이에 나는 결혼을 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한가득 초대해 나름 성대하게 올린 한국의 전형적인 결혼식이었다. 당시 내게도 그런 날이 올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주변에 공공연하게 선언을 한 적은 없었지만, 사실 나는 '비혼주의자'였기때문이다.
살면서 어쩌면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도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뒤, 외로움에 지치고 지친 후에나 하게 될 것이라 여겼지, 그토록 빨리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시에 나는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이른 나이에 결혼에 골인했다. 서른 셋이면 이미 결혼 적령기라고들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내 주위에는 아직 싱글인 친구들이 수두룩했기에 오히려 이른 축에 속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미혼이다.
사실 다른 친구들은 당시에도 비혼주의이기는 커녕, 오히려 좋은 배우자감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가장 결혼을 원치 않았고, 결혼 생활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었던 내가 제일 먼저 시집을 가게되다니!
그 충격 덕분이었을까? 내가 결혼 한 이듬해에 바로 두 명이 연달아서 추가로 급 결혼을 했다. 훗날 그들도 인정했지만, 내가 결혼을 하자 뭔가 모를 불안감과 압박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걸 보면, 확실히 결혼에도 어떤 전염력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살면서 한번도 한국 스타일의 전형적인 예식을 올릴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냥 함께 살고싶은 남자를 만나면 자연스레 동거를 하다가, 아이가 생긴다거나 법적인 이슈로 필요해지면, 혼인신고를 하는 식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실은 그토록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일 자체가 없었다.
나는 '비혼주의자'였으므로.
이상형
서른 살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일본에서 7년 동안 유학을 했다. 그 중 6개월은 프랑스에서, 1년은 싱가폴에서 지냈다. 그 시절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외국에서 취업하여 영주권을 얻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랬기때문에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애시당초 접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이왕 결혼을 할거라면 내가 살고 싶은 나라의 현지인과 할 작정이었다. 인생이 결코 작정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내 인생에 대한 플랜은 그랬다.
서른살 되던 해에 나는 플랜과는 다르게 한국으로 돌아오게되었다. 처음에는 아예 돌아오려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 나는 오랜 연애 후 맞은 이별의 후유증으로 상처받고 지친 상태였다. 유러피언 남자 친구와의 스펙터클했던 5년간의 투쟁과도같은 연애였다. 젊은 시절 연애란 우리의 마음에 어쩌면 그토록 타격을 입힌단 말인가! 지금 생각하면 과대망상적으로 부풀려진 지나친 해석과 생각과잉으로 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허비했다. 그만큼 그 관계에 너무 몰입하고 의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헤어짐으로 인해 갑자기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던 나는 잠깐 쉴 곳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었다. 오래 머무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랜 외국 생활로 지치고 고독했던 내 영혼이 기력을 회복하고 나면 언제고 다시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회복의 시간일 작정이었던 기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 되었다. 회복을 하다못해 나는 다시 찾은 내 나라에서 사는 재미에 흠뻑 빠져버렸다. 대기업 전자회사에 취업을 했고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일이었기때문에 외국에 나가고 픈 갈증은 자연히 해결이 되었다. 일하는 30대 골드미스가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라이프는 화려하고 활기차고 재미있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결혼을 심히 원했다.
우리는 성격도 취향도 완전히 달랐다. 그는 여지껏 내가 만나왔던 타입과는 완전히 달랐으며, 내가 꿈꿔왔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긴 외국에서 현지인을 만나 연애하고 싶었던 내게 우선은 한국 남자라는 사실 자체가 이상형에서 탈락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전엔 내가 무엇을 원했던 간에, 내 과거의 이상형은 그저 과거 속에 영원히 묻혀버렸을 뿐이다. 우리는 만난지 꼭 1년 되던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꿈꾸던 이상형과 결혼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더이상 난 그 따위 이상형을 원하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 원했던 그런 이상형이 아니라, 남편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게되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우자감으로 원하는 지도 몰랐던 것들을 이 사람을 만남으로써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게 얼마나 내게 필요하고 또 중요한지를 이전에는 모르고 있었기에,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한줄 알고 헛된 인연을 좇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만났던 다른 인연들은 결국엔 내게 상처를 주고, 실망시키며 그렇게 스쳐 사라져갔을 뿐이다.
© pixel2013, 출처 Pixabay
소울 메이트
남편은 억지로 나를 바꾸려 하지 않고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준다. 또한 내게 압박감이나 불안감을 주지 않고 매사에 인내심있게 기다려준다. 남편이 내게 보여주는 다정함과 배려로 인해 나는 스스로 나를 변화시켜야 겠다고 다짐하며, 가정에 더욱 헌신하게 된다. 그렇게 성격도 자라온 배경도 완전히 다른 우리 두 사람은 이제는 누가봐도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 그리고 같은 지점을 향해 걸어가며, 힘들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에게 미소를 짓는 걸 잊지 않는다.
나는 지난 6년간 함께해온 우리의 결혼 생활이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이었으며, 진정한 나를 찾는 위대한 여정이었다고 믿는다. 남편도 나로 인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더욱 나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 모든 시간동안 내 곁에서 나를 참아주고 사랑해주고 또 함께 성장해준 나의 남편에게 무한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전하고프다.
당신은 나의 모든 이상형조차 아무 의미 없이 만들었고, 이제는 단 하나 뿐인 베스트 프랜드이며 소울메이트 (soul mate)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내 옆에서 그렇게 이 멋진 인생이라는 항해를 함께 해주소서. 나는 이제 당신 덕분에 진정 나를 사랑할 수 있으며, 또한 당신이라는 나 아닌 타인도 진정으로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이상 내가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위대한 감정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나의 결혼, 내 삶의 모든 것을 바꿨고, 세상을 전혀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보도록 해준 이 의미있고 축복된 의식이야말로 지금 내 존재를 지탱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나는 결혼하면서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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