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새해
2021년 1월 4일 월요일
2021년의 첫 번째 월요일이다.
새해도 벌써 3일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쏜살같이 지나가는구나. 엄청나다, 이 시간의 속도감이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어 어' 하다가 올 한 해도 끝나버릴 것 같다.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조여본다.
엊그제 외가에 일주일간 놀러 갔던 아들이 컴백을 했다. 아이가 부재했던 동안은 그야말로 달콤한 꿀 떨어지는 시간이었고, 귀환과 동시에 잊고 있던 여실한 현실도 함께 딸려왔다. 더불어서 모든 것은 핏빛처럼 선명해졌다.
"아, 내 인생의 고난이라고 여겨지는 상당 부분은 역시나 육아에서 비롯되는 것이었구나!"
내 삶에서 육아라는 영역을 제해버린다면, 과연 힘들다거나 어렵다고 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할까? 그걸 뺀 나머지는 그냥 내가 작심하고 의지로 해나가면 어떻게 해서라도 잘 끌고 나갈만한 것들이다. 어차피 내 인생이고 잘해도 못해도 다 내 한 몸으로 귀속되어 오는 것들이니, 홀가분하고 신나게 시간만 투입하며 해나가면 될 뿐. 싱글일 때는 나름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환상적인 착각일 뿐이었다. 내 한 몸 건사하며 살아가는 복이 진정한 복인 줄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철부지의 정신의 사치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비할 바 없는 다른 종류의 과업이다. 내 한 몸에 귀속되는 영역도 아닐뿐더러, 내 의지나 노력의 투입과는 상관이 없이 돌아간다. 'One man 작업'이 아니라, 'Two men 상호 작용의 마법' 같은 원리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답이 없다. 재미도 없고 신도 안 난다. 어쩌다가 내 새끼가 참 이쁘고 장하다는 감동의 짜릿한 순간이 한 방울 똑떨어질 뿐이다. 고 한 방울을 흡입하고, 또 참고 참고 가야 한다. 이 아이가 언젠가 수염이 나고 키가 훌쩍 커서는 제 스스로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그날이 올 때까지는. 그날이 대체 언젠겨?
아무튼 내가 상상하던 활기차고 멋진 완벽한 출발과는 영 딴판인 2021년의 첫 월요일이 펼쳐졌다. 일주일 걸려 완벽하게 정리하고 버려서 신혼집처럼 꾸며놓은 인테리어도 조그마한 사내아이 한 명의 등장에 다시 키즈카페 분위기로 번잡스러워졌다. 삼분에 한 번씩 와서 뭔가를 물어보거나 무얼 해달라고 요구한다. 오늘 하루 결국 나는 집중해서 무언가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각오는 했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니 감정이 동요되며 쉽사리 무시가 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을 거란 거 다 알고 있었잖아. 받아들여. 다른 길은 없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려본다. 아이가 있는 엄마에게 어차피 대안은 없다. 마치 아이가 없는 것처럼 살고 싶다는 내 부질없는 욕망을 참거나 바꾸는 수밖에는.
어차피 오늘까지가 방학이고, 내일이면 아이는 유치원에 등원할 것이다. 깨끗이 단념하고, 오늘은 아이 뒤치닥거리 하며 노는 날로 정한다. 그래, 이게 낫다. 뭔가 해보려고 하다 방해받아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느니, 차라리 그냥 놀기로 해본다. 하지만 마음에선 깨끗이 단념이 되지 않아, 뭔가 동시에 할 수 있는 자기계발 거리가 없나 열심히 검색에 들어간다. 이러다가 이도 저도 안될 것을 안다 해도.
오늘이 새해의 첫 월요일이기 때문에 괜스레 더 안달이 나는 것일지 모른다. 새해부터는 진짜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보고 싶었는데. 엄마라는 과업 앞에서는 다른 모든 것들은 일단 뒷전이 되어야 하는 숙명에 숙연해진다.
서글프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낳은 내 새끼를 내가 기르고 돌봐야 하는 이 삶의 원리에 맞서거나 대들 의지는 추호도 없다. 어차피 다 기꺼이이고 지고 갈 것이다. 다만 힘들면 힘들다고 넋두리는 할 테다. 테니스를 칠 때도 기합을 내야 공을 강하게 때릴 수 있는 법이 아니던가!
'이얍!' 하고 소리를 내뿜어야 괴력이 발산되는 법.
"이야~압!!!!!"
얼렁 크거라, 새 나라의 꿈나무야!!
아이 시절이 참 예쁘기는 하지만, 이제 귀여운 고 모습은 볼 만큼 봤고, 사진도 듬뿍 찍어 놓은 듯하다. 엄마도 이제 열심히 인생에 전념하며 살 수 있게, 고만 독립하거라 아들아!"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니 끝은 창대하리라.
오늘 완벽하지 않은 이 시작에도 나는 감사하련다. 시작이 초라하면 할수록 창대한 나의 끝은 더욱 위대하게 돋보일 것을 아니까. 지금은 하나하나 뒤치닥거리 다해줘야 하는 이 조그만 아이도 언젠가 너무나 믿음직스런 멋진 사내의 등 발을 가지겠지. 그때에는 안아보지도 못하게 할 수 있으니, 오늘 하루 나는 수도 없이 꼭 껴안아 보련다.
가즈아~ 2021년
가즈아~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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